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을 다룬 글들을 보면 봉사가 빠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단체에 가입하며 새로운 소속을 얻고, 든든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입'과 '활동'은 다르다.
실제 봉사를 해 보면 단체 문화에 적응해야 하고, 낯선 사람들과 협업도 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체가 필요로 하는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야 봉사하는 나도 즐겁고, 단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봉사를 이어온 사람들은 봉사 단체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고, 자신이 맡은 영역도 분명하다.
그래서 퇴직 이후에도 부대낌 없이 자연스럽게 봉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는 시간을 들여 쌓아 온 축적의 내공이 가득하다.
크로스핏도 별 다르지 않았다.
처음 3개월은 통증과 부적응의 연속이었다.
모든 동작이 낯설었고 나는 그저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최소한 ‘흉내’는 낼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프로그램을 따라갈 정도의 이해와 체력이 생겼다.
돌이켜 보면 그 밑바탕에는 이전에 해왔던 웨이트 운동이 있었다.
크로스핏을 위해 준비했던 것은 아니지만 웨이트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몸을 쓰는 방식과 기구에 대한 감각이 낯설지는 않았다.
그 시간들이 보이지 않는 완충재처럼 작용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어떤 일도 갑자기 시작되는 법은 없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 기간이 있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그리고 지금은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내가 오늘 쌓아가고 있는 시간들이
또 다른 도전의 디딤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