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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Jan 24. 2024

노래하는 책

나태주, 윤동주


중학생들과 시집을 읽는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 소설도 안 읽는 애들이 시를 즐겨 읽는다구요? 그걸 해석할 능력이 있나요? 지루해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모두 맞는 말이지만 역시나 약은 약사에게 시는 국어 교사에게(?) 전문가들에게는 다 그들만의 팁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처음 시를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고도의 해석을 요하는 상징 가득한 시를 가르칠 생각부터 하지 않는다. 천천히 쉽게 그러나 지속적인 접근을 시작한다.


오늘은 야심 차게 시 팔이를 시작해 본다.


중학교 국어 교과에서는 시를 통해 이루어지는 활동이 많다. 아무래도 호흡이 길고 읽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설이나 희곡보다는 같은 문학 장르에 속해 있으나 빠르게 읽을 수 있고 더 많은 작품을 한정된 시간에 감상할 수 있으니 시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는 문학작품 재구성(9국05-08)이나 다양한 표현법(9국05-09)을 가르칠 때는 물론이고 성찰하는 작품 읽기(9국05-10), 작품 속 말하는 이(9국05-04)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원에서 자주 불려 온다. 그러니 시와 친해지는 것은 정서적이고 심미적인 면에서도 이득이 있지만 국어 교과 수업에서 조금 더 익숙하게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면에서 여러 가지로 득이 많은 독서라 할 수 있다.


시 수업을 통해 간혹 놀라곤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중학생들이 시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남자아이들도 시를 몰입해서 읽고 재미있게 감상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일단, 멋지기 때문이다. 그들 말로 ‘있어 보인다.’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이다. 일상적이고 평이한 문장에 익숙한 아이들이 함축된 단어로 왠지 모르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장으로 멋진 라임을 만들어 내는 시들을 통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업지만 멋진 신세계, 눈에 보이는 세상 너머를 지향하는 근사한 언어 사용의 한 경지를 엿보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시는 ‘쇼 미더 머니의 전신이다. 라임은 원래가 시적 용어다.'라는 것을 일러주고 나면 남자아이들은 홀린 듯 빠져들어 그들이 숭상하는 ’ 존* 멋진‘ 시구를 암송하는 저력까지도 보여준다. 이것이야 말로 중2병 정신의 정수가 아니겠는가. 겉으로 보이는 것뿐일 망정 존* 멋져 보이는 것 말이다! 또한 다양한 표현법으로 가득 찬 시를 제시하면 말놀이 하듯 이어지는 유려한 언어 사용의 파격에서 오는 매력을 느끼며 재미있어한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시를 활용해 만들어진 가요들을 제시하거나 가요에서 시적 표현 찾기 활동을 하면 아이들은 시에 홀릭하는 상태에…. 까지는 아니고 읽을 만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국어 선생님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시적 영감의 샘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려니, 고등학교 가면 의례 다양한 시와 시문학사를 통해 익숙해 지려니 하며 지나치지 말고 각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유혹하는 매력 있는 시집을 준비해 함께 읽어 본다면 색다른 문학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 나태주 시집

나태주 작가의 시들을 수업 현장에서 부러 쓴 적은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시를 직접 선택하여 감상하는 활동을 좋아하는데 여러 편의 시를 쭉 흩어 놓으면 많은 아이들이 나태주 작가의 시를 선택해 읽고 감동을 받곤 한다. 월등히 많은 수의 아이들이 어떻게 1945년에 태어난 나이 든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걸까? 다양한 작가의 시를 읽히고 싶은 나는 고민을 하곤 한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단어의 선택,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 안긴 듯 자신들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따스함과 존중이 느껴지는 시들. 거기에서 위로받고 시를 좋아하게 되는 아이들이 해마다 아름다운 시를 소개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곤 한다. 그렇기에 평론가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그의 시가 좋다. 이렇게 오래도록 작품 활동을 해 주셔서, 따뜻한 마음을 전해 주셔서 감사드릴 뿐이다.


2. 윤동주


그렇다. 우리가 아는 그 윤동주가 맞다.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을 받은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인.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도 매력적이지만 저항시인으로도 알려져 때로 우리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도 하는, 윤동주.


이렇게 유명한 시인이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중학교 학생들은 그를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배경 없이 오롯이 그의 시만 보고서 매혹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즐거운 것이 유익하기까지 한 경험은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드문 경험을 아이들이 해 내는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100년이 넘은 시간까지도 독자들에게 매력을 유지하는 윤동주에게 경외감을 느끼게도 된다.




100년 전 그가 느꼈던 방황, 좌절감, 부끄러움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감정이다.
때로 표현하기 힘들었을 그 감정들을
아름답고 상징적인 언어로 남겨 놓은 덕분에
오늘날의 청춘도 그 안에서 위로받는다.
언어의 아름다움 안에서 우아하게 좌절한다.  



아이들이 선택한 시를 활동 주제에 맞게 감상하고 분석하며 발표하고 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읊어주면 키득거리던 아이들도 잠잠해져 오는, 시의 울림이 가득한 교실이 된다. 그 순간은 감히 말하건대 교직 생활에서 교사들이 맞이하는 가장 이상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한 편의 시 속에 아이들과 함께 위로받는 순간. 그 순간을 통해 백 번의 수업보다 더 큰 가르침을 전달하고 또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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