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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Jan 31. 2024

길고 긴 책

해리포터(조앤롤링), 스노볼(박소영)


중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하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 책 읽으면 공부 잘하나요?

- 문해력 때문에 고민인데 문해력을 한 번에 향상시킬 수 있는 책은 없나요?

공부만 하며 달리기도 빡빡한 중학생들의 삶에 독서가 어떤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묻는 다급하고도 진솔한 질문들이다. 안타깝게도 첫 번째 질문의 답은 독서가 될 수 없다. 공부와 독서는 연관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서를 암기하고 문제집을 풀어가며 각 과목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문해력이 이슈가 되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고등학교 국어 과목이나 수능 점수와 관련이 있다는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분들이 많다. 집중력, 회복 탄력성, 사고력 등의 생의 중요한 능력들처럼 문해력도 한 번에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똑같이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문해력 향상에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은 존재한다.


문해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책은 어떤 책일까? 그 답은 이 글의 제목에 있듯 길고 긴 책들, 장편소설에 있다. 장편소설 또는 조금 더 스케일을 넓혀서 대하소설처럼 길고 긴 책들은 단번에 아이들의 독해력을 향상해 주기도 한다. 짧은 책 한 권도 못 읽는 아이들이 어떻게 긴 책을 읽고 문해력을 향상할 수 있을까? 애초에 장편소설을 읽을 수 있는 아이였다면 이런 고민을 할 리가 없지 않을까?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장편소설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들을 점검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로 된 삼국지나 박경리 작가의 토지,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등을 언급하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태백산맥’으로 인해 인식의 전환과 문해력의 급격한 향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사랑해 마지않는 책들이지만, 맞다. 이 책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다. 수준을 조금 낮추고, 50년-100년 전에 쓰인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적힌 책들을 뒤로 미루고 아이들이 현실에서 사용하는 말로 그들이 공감하는 정서로 쓰인 장편 소설을 찾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충분히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복잡한 사건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여 제각각의 입장을 독자에게 설득시키며 복잡 다난하게 펼쳐지는 서사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길이는 길지만 매 회차 주인공이 바뀌며 각자의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전달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은 지양해야 한다. 실질적인 작품을 예로 들면 ‘푸른 사자 와니니’(이현)는 우리가 추구하는 장편 소설에 속하지만 매 권 주인공이 달라지는 ‘만복이네 떡집’(김리리) 시리즈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긴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주요 인물들은 다양한 사건에 봉착하게 된다. 거기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주인공들은 성장하고 변화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성장과 갈등, 변화와 지속 등의 다양한 요소가 휘몰아치며 사건이 마무리 되는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독서는 성장한다. 장편의 특성상 시간의 흐름이라는 요소가 독서에 개입하고 이로 인해 이야기가 다양하게 뻗어 나가 아이들이 등장인물을 이해해야 하는 폭도 복잡해진 사건들을 조망하고 스스로 정리해 보는 능력도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중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장편소설 두 편을 소개하려 한다.


1. 해리포터 (조앤롤링)

해리포터는 1999년 11월 한국에서 출간되었다.(영국 초판은 무려 1997년.) 우리 부모 세대가 학생일 때 유행하던 이 책이, 출간된 지 무려 15년이나 된 이 책이, 아직도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언제나 놀랍다. 부모 없이 이모 가족과 함께 모진 핍박 속에 살아가던 특별할 것 없던 소년이 하루아침에 마법 세계로 돌아가 그 세계의 희대의 빌런을 물리친 유명인사로 등극하는 이 소설은 작가인 조앤롤링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작가로 만들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장편소설이다. 원문으로 읽었을 때 그 가치가 훨씬 높다고 알려진 소설이지만 한글 버전으로 읽었을 때에도 그 기발한 상상력이나 사건 전개 능력, 흔히들 떡밥 회수 능력이라고 부르는 복선 처리, 매력적인 등장인물 등이 완벽하게 구현된 재미있는 작품이다. 부모인 우리 세대에 출간된 소설로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야 말로 이 소설의 가치와 재미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지만 다만 한 가지, 꼭 끝까지 읽히라는 말을 당부하고 싶다. 해리포터의 묘미는 마법이 아니라 마법 같은 사건 전개 능력과 마지막 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반전이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잘 계산된 작가의 사건 전개 능력에 감탄하며 하나, 둘 풀리는 과거 사건의 미스터리들을 확인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2. 스노볼1, 2(박소영)

스노볼은 평균 기온 영하 41도의 멸망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인류의 삶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SF 소설이다. 혹한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돔으로 둘러쳐진 ‘스노볼’의 ‘액터’가 되어 일상을 중계해야만 한다. 트루먼 쇼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계급의식과 존엄성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SF는 현실적이지 않기에 되려 지금 존재하는 것들에서 한 발 떨어져 우리의 삶을 조망하는 역할을 한다. SF 소설답게 설정을 이해하는 첫 부분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어느 순간엔가 몰입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기는 소설’(김하나)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찬사를 자랑하는 이 소설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권한다.


나에 대한 편집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미래. 사생활을 전부 내보여야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시스템. 혹독하리만치 추운 바깥세상과 축복받은 스노볼로 이분화된 세상. 이상적일 만큼 견고하고 체계적인 부조리 앞에서 뭘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난감했다. 안으로 비집고 들어간 균열을 찾지 못해, 스노볼을 둘러싼 유리 천장 밖을 하릴없이 빙빙 돌기만 했다.

<작가의 말 중>


장편 소설은 사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장르이다. 아이들이 엄청난 양의 글밥에 익숙해지고 복잡한 사건과 인물구조에 빠져들 수만 있다면 독서의 한 지평이 열리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세상들이 그들 앞에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문해력 향상의 기회는 물론이거니와 소설을 읽는 진정한 재미를 장편소설을 통해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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