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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Oct 17. 2024

학급 회장 선거

아이들의 방학이 끝이 나고 2학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있었다.


설레면서도 기대되고 초조하면서도 그 긴장감마저 기다려지던  그런 특별한 날. 바로, 아들의 2학기 회장선거날.


1학기때는 뭣도 모르고 가만있었기에 2학기때는 잘해보자고 1학기때부터 설욕을 다지고 기다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개학하고 이틀 만에 치러진 선거날

아들은 이날만을 위해 공약을 짜고, 짜고 나서도 계속해서 고민에 고민을 이어갔고 이런저런 여러 가지 기쁜 고민들을 하면서 당일 아침 까지도 아우 떨려, 떨려했지만 그래도 잘해보겠다고 꼭 회장으로 돌아오리라 외치며 나갔다.


그렇게 아들을 보내고 나 또한 하루종일 실체 없는 붕 뜬 설렘이 가득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게 되었고 뭔가 될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생각에 이미 된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필 이날은 아들 6교시 수업이라 평소보다 늦어지는 연락이 더욱 기다려졌고 궁금하며 됐으리라 근거 없이 확신하면서도 설레고 막 혼자 난리도 아니었다


집안일을 하다 아들의 끝날 시간이 된듯하여 드려다 본 핸드폰 화면. 부재중이 찍혀있었다. 2분 전! 아들의 전화

어매, 하며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고 그렇게 두 번을 더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심장 더 콩닥하게


심장이 콩쾅, 핸드폰으로만 눈길이 향하던 그때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옆에 남편도 있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이어갔다


처음 아들은 하하하하하 하는 웃음소리를 내길래 됐어? 된 거지? 하며 좋아했는데 바로 이어 우우우 우는듯한 흉내를 내기에 응? 뭐야? 그랬더니만 하, 아쉬워하며 1표 차이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응? 응? 내가 예상하던 결과와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당황한 마음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그래도 잘했다고 해주며 진짜야?를 외치던 나란 엄마. 아들의 장난이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장난이 아닌 진실이고 현실이었고 그 순간 하루종일 붕떠 있던 마음이, 감정들이 바닥으로 쑥 주저앉았다. 괜찮다 하면서도 와, 하면서도 너무 아쉬웠다

그런 나를 보며 당신이 떨어진 거 같다고 말하던 남편.


맞아. 내가 떨어진 거 같고 내가 떨어진 거보다 더 아쉽고 더 슬퍼.. 학원 끝난 아들을 데리러 갔더니 나를 보며 반갑게 뛰어왔는데 막상 나의 얼굴을 마주하자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아, 떨어졌어라고 말하던 아들


괜찮아, 괜찮아 그 정도 노력했으면 된 거야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생각보단 잘 감정을 추스른 아들은 피아노학원으로 갔고 데려다주고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엔 아들과는 다르게 한숨이 푹푹 나왔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건만 혼자 설레발을 나발로 들이켜 혼자 벌러덩 자빠진 꼴이었고 너무 교만했음을 인정하고 항상 낮은 자세로 겸손히 살아가고자 다짐해 보았다.


남편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울먹이는 목소리였다고 하는 남편 이야기에 내가 이렇게 자빠져있음 절대 안 되겠구나 싶어 정신을 번쩍 차려야 했다.


괜찮아, 괜찮아.

너도 괜찮고 나도 괜찮아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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