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조 Oct 10. 2024

이상한 꿈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통화를 하던 아들이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로 외쳐댔다. 그러니까 내가 하지 말랬잖아, 하지 말라고 했잖아. 괴로워 보였다


전화의 상대는 여자였고 아들에게 다 말할 거라며 협박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고 아들은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간절하면서도 방법이 없다는 듯 포기한듯한 목소리에 정신 차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


눈을 퍽 뜨고 처음 든 생각은 아, 꿈이라 너무 다행이다 그 생각뿐-


멍하니 눈을 뜨고 누워 계속해서 생생하게 남아있는 마음 쓰라림의 감정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마음이 저릿하다는 표현으로도 절대 나타낼 수 없는 이런

느낌의 쓰라림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남자와 오랜 기간 사귀다가 헤어진 뒤에

느끼는 저릿하면서도 저림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도 알게 된 그런 괴로운 꿈


상대방에게 당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혼자 그 새벽에 간절하고도 구슬프게 외쳐대는 아들의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 듯하다.


꿈이니까 이렇게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정말 이게 현실이라면? 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것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르며 이런 상황이 실제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감당해 낼까 살짝 생각하다 바로 오려내 버렸다.

절대 있지 않아야 하는 일들이기에-


꿈이지만 너무나도 기분이 안 좋은 꿈인터라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기분이 다운되었다.

아들을 보니 내가 전날 많이 뭐라고 해서 이런 꿈을 꾼 건가 싶으며 미안해졌고 다시 한번 꿈이라 다행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 꿈이 흐려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정말 이상한 꿈.


내가 아닌 존재지만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고  나 자신보다 더 지키고 싶었고  그렇게 쓰라리면 쓰라릴수록  더 보호하고싶을 수 있구나 하며 세상에서 사람에게 이런 느낌을 느 수 있는 존재가 나에겐 아이들이구나-


건강한 것에 감사. 그냥 옆에 함께할 수 있고 잘 나아가주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거늘 자꾸만 뭔가를 바라는 이 어리석은 엄마를 다시 한번 깨우쳐 주고 싶었던 걸까? 생각해 본다

저릿저릿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쓰디쓴 쓰라림을 기억할게





이전 16화 치웠어? 튀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