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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Oct 24. 2024

비밀연애

[3]

그렇게 시작된 어른들의 비밀연애.


체육관 사람들한테도 물론 나랑 같이 다니던 친한 친구들한테까지도 절대 비밀이었지-

연애 시작 후 저녁, 체육관에서 만나게 될 때 얼마나 부끄럽고 설레었는지 당신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때 나는 정말이지 처음 입관하던 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던 그 순간 보다 더 망설여지고 한참을 멈칫한뒤 들어섰던걸 말이야


그러면서 운동할 때 문제가 생겨났어.

예뻐 보이고만 싶기 시작하면서 운동할 때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거야. 알잖아, 운동하다 보면 땀이 막 줄줄 나지 뛰면서 동작하면 엉덩이 씰룩 이리저리 난리 나고 누워서 윗몸일으키기 하면 힘주느라 얼굴 정말 구겨지는 거.

어우, 그런 걸 신경 쓰다 보니 제대로운동이 되지 않았지.


그래도 당신을 보러 가야 했기에 빠지지 않고 갔더랬지

운동이 끝나면 짜릿한 시간이 이어졌어. 그 많은 사람 들 속에서 둘이 은밀히 각자 핸드폰을 손에 들고 화면이 옆에 비추지 않게 조심하며 은밀한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으며-


그런 뒤 아무렇지 않은 척 관장님 안녕히 계세요 하며 문을

나섰어-


저녁 12시에 체육관 문을 닫는 당신을 나는 항상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지-


여기서 한번 더 우리가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원래 직장 다니던 내가 그때 딱 쉬는 타이밍이었으니 말이야.


그러니 당신의 늦은 퇴근을 기다릴 수 있었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데이트를 할 수 있었던 거야

아, 정말 당신 기다리기 쉽지 않았던 기억들이 막 떠오르네


원래 저녁 9시면 눈이 무거워지며 자야 하는 사람인데

그 졸음을 꾸역꾸역 이겨내며 버티며 당신을 만나러 나가던 그 순간이 너무 좋아 그 힘듦 쯤이야 어떻게든 버텨냈었어. 그게 콩깍지 가득 낀 거 아니겠습니까?!


한 번은 이런 날도 있었다?

눈이 심각할 정도로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 저녁

그날도 어김없이 당신을 만나러 나가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에게 다가온 당신-


나의 시선 앞에 서서 코 빨개진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데 너무 사랑스러웠어 그리고 행복했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잘 느껴졌거든

그래서 당신의 그 얼굴 지금까지도 아주 선명하게 기억에

자리 잡고 있어. 그것도 콩깍지 맞지?


그렇게 우린 동네에서 벗어나 많은 곳을 누비고 다녔어

나는 그때 알았지. 새벽의 세상이 그렇게 환하다는 걸

수산시장에 가서 신선한 회도 먹고 많은 것들을 했지만

솔직히 지금은 다 기억나진 않아.


정확히 기억나는 건 우린 거의 매일 함께 있었다는 것과

당신과 함께 있어 환한 새벽을 보낼 수 있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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