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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나 원래 그렇게 예민한 편 아닌 거 말이야.
근데 있잖아, 그땐 정말 바로 알 수 있었다?
뭔가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배 안에서
뭔가 꼼지락 거리는 느낌이 들었어. 정말이야
뭐라고 더 정확히 표현할 순 없지만 딱 그랬었어
그러니 뭔가를 짐작했고 그 짐작은 현실이 되었지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해본 테스트기.
막상 두줄을 봤지만 크게 놀라지 않았어
떨리고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을 뿐.
그리고 바로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지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 내 마음과 같이 당신도 그랬지
그럴 거 같았다고 괜찮다고 잘 키우자고-
혼전임신이라는 거..
그땐 그 무게가 얼마나 감당하기 버거운 것인지 알지 못했어
그것도 그럴 것이 그때 내 나의 겨우 21살이었잖아.
근데 임신을 했다는 게 싫지 않았어.
당신이 너무 좋았으니 말이야
근데 좋은 건 좋은 거였고 무거운 건 무거운 거더라고
이 사실을 주변에 알려야 하는 건 역시 막막하게 다가왔지
처음, 나는 우리 엄마에게 말을 꺼내보기로 했어
엄마, 나…….
왜?????????
있잖아…..
남자친구 있어?
응….
누구??????
음………
관장님?
응....
임신했어?
응.
뭐??????
나의 응.. 몇 번에 임신사실을 전달하게 됐어
지금 생각하면 약간 웃픈 이야기인데 그때 으아악 하는
엄마의 높은 소리는 아직까지도 귓속에 저릿하게 남아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엄마의 모습.
내가 잔뜩 긴장하며 말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 쉽게 전달되어 조금은 허탈하기까지 했지만 지금에서야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 그땐 너무 다행 이라고 생각 들었고 너무 고마웠지
엄마는 나를 책임져 주려고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니 말이야
그다음 더 무섭고 높은 고비의 산
당신의 부모님이었지.
나이 어린 나를 별로 탐탁지 않아 했잖아
오빠에게 전해 들은 어머님의 대답은..
미쳤어 미쳤어하시며 입을 다무시다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셨다고 하셨지.
대봉감 태몽 이야기-
꿈을 잘 꾸는 어머님이 며칠 전 큰 나무에 달려있는 아주 탐스러운 큰 대봉감 하나를 따시려고 했는데 못 따고 잠에서 깨어나셨다고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 분명 태몽인 거 같은데
누굴까, 누굴까 했다고 하셨잖아-
근데 그거 당신이었냐고 하시면서 근데 좀 찝찝하다고 감을 따지 못한 것이 안 좋게 될 수 있을 수 있다고..
그 이야기를 나에게 전달하던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화가 났어 내가 아이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하는 당신이 미웠지
그래서 객기를 부렸어. 그렇게 되면 당신과 헤어지리라고
그럼 당신과 만날 이유가 없지 않냐고 하면서 말이야-
그때 황당하여하던 당신의 얼굴이 지금도 선하네
그러면서도 화는커녕 미안함 가득한 표정으로 달래주며
그렇게 돼도 오빠가 지켜주겠다는 그 한마디가 어찌나 든든하던지.. 그때까지 어떻게 보면 당신에게 어설프게 가지고
있던 믿음이 확신이 될 수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