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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Oct 31. 2024

시댁살이 2

[6] 셋의 싸움

직업 특성상 밤 12시가 넘어서야 퇴근하고 들어오던 당신.

그러니 평일엔 거의 나와 어머님, 아버님 이렇게 셋이 지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불만을 가지지 않았어. 조금 어렵긴 했어도 그럴 수 있겠다는 건

이해하지?


근데 그 어려움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거야

그 시작이 아마, 조리원에서 집으로 가면서부터였으니

아들 낳고 바로라고 봐도 되겠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거 같아. 모유수유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애기가 잘 먹고 있냐며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하시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시던 그런 행동들이 말이야


조금 더 지나서는 내가 수면교육을 하기 위해 아들을 조금 울어도 일부러 안아주지 않고 눕혀 놓으면 두 분 다 이해하지 못하시고 나에게 뭐라 하시면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만드시는데 나도 많이 힘들더라고.. 내 역할이 무엇인가 싶고


그러면서 상황은 더욱 이상해졌어 어느 순간 셋이 싸우고 있는 거야.. 맞아, 셋이라면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나

서로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하면서 중간에 나는 할 말을 잃었지. 물론, 내가 너무 어리다 보니 불안하시고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그러셨겠지만 나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거든


그런 사소로운 것들을 말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러다 정말 나에게 서러운 일이 일어났어

아마 아들이 100일 전이었지. 어느 날 씻기고 눕혀 옷을 입히는데 엄지 손가락 옆쪽으로 손가시처럼 조금 튀어나와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무심결에 손으로 딱 띠어내 줬는데 조금 뒤 작게 부어오르는 거야


너무 무서웠지. 내가 너무 무지했던 거지. 미안하고 무서운 마음에 바로 병원으로 갔고 연고를 처방받아 눈물을 머금고 발라주고 있는데 애기를 누가 그렇게 하냐며 옆에서 나를 탓하는 소리에 서러움을 감출 수가 없겠더라고..


그때였던 거 같아

이렇게는 더 이상 살지 못할 거 같다고 느낀 게 말이야

이런 식으로는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말이야


물론, 내가 잘했다는 거 아니고 내가 잘못한 거 맞는데

나도 처음이고 그러면서 배워나가는 건데..

그런 상황 속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더라고

뒤로 빠져만 있어야 할 거 같고 점점 내가 설 자리를 잃어갈 것만 같아서 나는 나의 자리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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