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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Nov 05. 2024

전쟁의 시작 1

[7] 가계약

역시나 경험자의 말을 그렇게 가볍고 쉽게 넘기고 여기지 말았어야 했던 거였어. 나의 오만함에 스스로 아주 큰 코를 다쳐버리고 말았어. 아주 제대로 자빠진 큰 코였지.


자신 있던 순간들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던 날들은 어느새 사라져 가고 있고 점점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허우적허우적거리며 하루살이처럼 버티는 나의 모습들만 느껴지는 나날들 속에서 겨우겨우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어


정말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그렇지만 당신에게 차마 먼저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친정엄마에게 먼저 도움을 구했던 거야

나의 사정을 말했고 나는 아들을 들쳐 매고 최대한 우리

사정에 맞는 방 두 칸짜리 월세 집들만 알아보러 다녔어


방이 싼 곳은 많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있었기에 아무 곳이나 갈 순 없잖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때 거의 마지막이다 싶은 심정으로 본 곳이 그래도 1층에 햇빛도 들어오고 그나마 마음에 딱 든 거야.


놓치고 싶지 않았어. 돌아다니며 본 곳 중엔 딱 이곳이다 싶었거든. 보는 눈들은 대부분 다 비슷하니 그런 곳은 금방 나간다는 말에 가계약을 걸어놓고 가라고 하더라고..

그때 나의 분가 마음은 100프로 확고했기에 조금의 생각 후 얼마 안 되는 가계약 금을 걸어놓고 왔어.


아, 내가 돈이 어딨었겠어. 엄마 돈이었지


그렇게 돌아오는 길,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했지

순서가 틀렸으니 화를 내는 것이 당연했지.

그래도 속상하긴 하더라. 엄마랑 헤어지고 머물고 있던 시댁, 우리가 머물고 있던 그 집으로 돌아갔지


다녀왔습니다-

평소와 같은 나의 인사에 어머님도 아버님도 받아주지 않으시더라?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싶었어 뭐지? 싶었지만

다시 한번 인사를 했어 역시나 똑같은 반응이더라고..

그래서 확신했지 이상한 게 맞는구나


방으로 들어갔어.

잠시 뒤 어머님이 부르셨고 그다음은 예상대로 그대로였지

당신이 나와 통화를 끝내고 어머님이랑 통화를 했던 거였고

순서가 바꿨으니 어머님, 아버님 또한 당신처럼 화가 나신 거였고.


어차피 그곳에 당신이 있었더라도 똑같이 화난 표정을 하고 있었겠지만 내 옆에는 같이 서있어 주었으려나?

사실 나 그때 도망가고 싶었거든.


두 분이 내 앞에 서서 몰아치시는데 감당하기 버거웠거든

눈물이 뚝뚝 흘렀어. 내가 잘못했다는 건 알지만 나도 그만큼 힘들었거든 서럽기도 했어 그리고 당신도 미웠어.

그 모든 걸 나 혼자 감당하게 한 것도, 나만 순서가 틀린 건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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