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퍼틴
바람 강한 쌀쌀한 날씨에 아주 잘 어울리는 쌀국수!
이곳은 미아사거리 현대백화점 (퍼틴)이다.
한동안 남편과 나는 이곳 쌀국수에 푹 빠져
오픈 시간만을 기다렸다 오프런으로 방문하며 먹어댔다
그러다 냉면으로 옮겨가면서 잠시 잊히던 찰나
이곳 근처에서 남편 건강검진을 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장 내시경과, 위내시경까지 다 끝낸 남편은
마지막으로 소변검사를 해야 했는데
먹을 것도 없을뿐더러
검사를 위해 모든 걸 다 비워냈으니
아무리 기다려도 소변이 나오지 않아
방법을 바꿨다.
일단 점심밥 먼저 먹고 오자고-
그렇게 길을 나선 우리 부부
메뉴는 따로 말할 것도 없이
당연시 이곳으로 향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먼저 나온 넴은 순식간에 해치웠다
텃만꿍과 넴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지만
결론은 넴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
조금은 새콤한 소스에 푹 찍어 먹으면 환상의 조합
소스류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나도
아주 흠뻑 담가 찍어 먹는 이곳만의 소스
뒤이어 쌀국수가 나왔다
이곳 테이블에 배치되어 있는 마늘 저림을
국물에 잔뜩 넣어 먹으면
새콤함도 함께 느낄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입맛을 돋아준다
다 먹고 나면
더부룩함 없이 속이 든든해진다
따끈한 국물이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주고 위로해 준다
언제나 남편과 밥을 먹을 때는 편하고 기쁘다
다른 사람들과 먹을 때와는 달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도 눈치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거기다 먹방 찍어도 될 만큼
모든 음식을 맛깔스럽게 먹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내 스타일 아닌 것도 먹어보게 되는 마법이 이뤄지니
참 신기할 노릇
인생 첫 수면으로 건강검진을 한 남편
비몽사몽 모습으로 눈에 초점이 풀려있는 남편을 보며
절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욱 가득 찼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아프고 힘든 상황이 올지라도
이렇게 서로 의지하고 챙겨주는 관계가
부부구나 싶어 안심되기도 했다.
평생 지켜주고 싶고
평생 함께하고 싶다
따스한 쌀국수처럼
나의 마음을 데워주는 남편이 늘 곁에 있어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