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로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남편에게 먼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최대한 넘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차분히 털어놓았다.
말하면서도 그의 생각과 그의 판단이 두려웠지만 그것보다 나의 생각이 더 무서웠기에 멈추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준 남편은 여느 때처럼 그만두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힘들었을 나의 마음까지 다독여주며.
그래, 이젠 그만둔다고 말하기만 되다고 생각하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거짓말처럼
그중 제일 거짓말 같은 일은 몸이 제일 정확하게 반응한다지만 예정일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던 생리가 바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상황을 겪고도 얼마나 황당하던지-
그만큼 마음고생, 스트레스가 호르몬의 심각한 영향을 주는구나 제대로 느끼게 되었고 또, 정말 여기서 일 시작하면서 새치가 하나둘씩 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늘진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먼저 말한 뒤 매일 저녁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계신 친정 엄마한테 그만둘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이유를 듣지도 않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다? 왜 그러냐 물으니 매일 퇴근도 늦고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본격 자리 잡고 앉아 엄마에게도 이야기를 쭉 하는데 중간중간 울컥하는 마음 다잡느라 혼났다. 내 얘기를 들은 엄마는 어쩐지 내 얼굴이 갈수록 너무 안 좋아진다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남편에게도 들은 적이 있었으니.. 정말 누가 봐도 내 모습에 그대로 내 마음이 비추고 있었나 보다.
생리적 현상이 돌아오니 웃기게도 더욱 확신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고 경험해 봤기에 말이다.
중학교 때도 생리 주기가 너무 불규칙했고 거의 하지 않는 지경에 다 달기까지 했다.
그러다 그 행복하지 않은 가정 속에서 벗어나 독립을 하면서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게 되었는데 스무 살 첫 직장, 치과에 취직하면서 인생 또 한 번의 암흑의 시기였던 만큼 생리가 다시 멈추기 시작했다.
근데 또 그곳을 그만두니 자연스레 생리가 시작되었고 심지어 그 날짜 그대로 아주 규칙적인 패턴으로 맞춰지게 되었던 경험을 했던 나는 또다시 생리적 현상을 통해 이곳을 그만두는 것이 맞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나는 나를 속이지 못한다. 나는 내 감정을 속이지 못한다.
그러니 나약함이라는 단어에 넘어져 스스로를 괴롭게 괴롭히며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