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둘 확신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바로 원장에게 달려다 내뱉진 않았다. 아니, 못한 건가?! 머릿속에서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어 그 외침이 마음으로 내려올 때 말하고자 다짐했다.
자잘한 기분 나쁜 일들은 많았지만 사람이라는 동물은 역시 적응하기 마련이기에 앞선 것들이 워낙 컸기에 그까짓 것들엔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어차피 그만둘 거라는 스스로를 위안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크게 휘둘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맞이한 두 번째 월급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날만을 기다리지 않는 가?
여러 직장의 병원을 다녀 본 결과 원장마다 월급 주는 타이밍이 다 달랐고 새로운 이곳은 첫 달 월급 주는 패턴을 보니 퇴근 후 바로 넣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퇴근 후 바로 확인해 보니 어라?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그래, 바로는 못 넣을 수 있고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할 수 있으니..라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마음은 점점 초조해져만 갔고 그렇게 한 번 더 , 더, 더 확인해 봤지만 결국그날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황당했다. 처음엔 내가 날짜는 착각한 건가? 하고 전 달 날짜를 보니 분명 그날이 맞았고 그러니 내가 착각한 건 아닌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지? 지금까지 한 번도 월급날에 월급을 못 받아본 적은 없었는데...
남편에게 이런 상황을 말하니 잊었나 보노라 하며 그럴 수 있다는 듯 넘어갔지만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잊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쪼잔한 건지 잠도 설치고 다음날을 맞이했고 찝찝한 마음으로 출근을 마친 뒤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슬쩍 물어볼까 말까 수십 번 고민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혹시 원장님 월급 날짜 잊지도 하나요?
나의 물음에 5년 된 직원분과 월/ 금 알바 선생님은 내 마음 안 다는 듯 잘 잊으신다고 하며 자신들의 경험담을 줄줄이 꺼내 놓는데 세상에나, 5년 된 직원의 날짜도 최근까지도 잊는다니 말 다한 거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가서 말해야 한다고 하는 것. 아놔.
내 돈 내가 달라고 하는 거지만 사사로운 것도 얼굴 보고 말하기도 힘든 느낌의 상대이기에 조금 지나면 생각나서 넣어 줄 수도 있다는 경험자들의 말에 희망을 걸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고 그렇게 토요일, 주말이 되었다.
진료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는데 5년 된 직원선생님이 월급 들어왔냐고 물었다. 아직 안 들어왔다는 나의 말에 얼른 말하라고 하는 순간 퇴근하려는 원장과 마주쳤고 대신 원장님을 불러주길래 얼떨결에 월급이 안 들어왔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런, 지난달 거?라는 황당한 물음에 아니요 이번 달 거요.
바로 넣어주겠다는 대답과 퇴근한 원장.
뒷 마무리를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퇴근한 뒤 당연히 들어와 있을 거라 생각하며 확인해 보았지만 무슨 일인지 여전히 들어와 있지 않은 상태였고 그날 오후에도, 저녁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은 아마 일요일 오후쯤 본인 일 다 마무리하고 넣을 거라고 했는데 설마.. 설마.. 하며 정말 다음날 확인해 보니 정확히 일요일 오후 6시 넘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때는 무시받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본인이 정말 잊어서 미안했으면 그때 바로 넣어줘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 그때도 잊었던 거면 일요일에도 기억 못 했어야 맞는 거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며 그냥 본인 편할 때 넣은 거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하며 대하는 태도에서 이미 알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직원이라고 이렇게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하며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나는 계속해서 선택에 대한 강한 확신을 받았고 마음으로 외침이 통과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