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대화법

by 은조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있던 날,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늦은 10시까지였다.

다행인 건 마침 내가 딱 쉬는 날이라 여유롭게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어 다행이었는데.....


전날 저녁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은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나에게 통보하듯 내일 8시 30분까지 친구 누구누구와 어디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으며 학교 가기 전까지 놀다 친구랑 학교에 같이 간다는 것이다.


학교 가기 전? 아침? 일단 춥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곧이어 위험하다는 생각에 안 된다고 말하자 아들은 아니라며.. 뭐가 아닌가?... 계속해서 아니라며.... 암튼 이미 만나기로 약속했다며 나간다고, 무조건 나갈 거라고 하는 것이다.


약속했다는 말에 더 이상 안된다고 말을 하지 않았고 솔직히

진짜 만나려나? 깊게 생각하지 않아 말을 이어가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렇게 저녁 아이들이 잠든 뒤, 남편에게 다 공유하는 편이라 아들이 내일 아침 이래이래 나간다고 했으며 상황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문자로 이야기를 했더니 깊게 생각하지 않던 나와 달리 남편은 조금 격하게 나오는 것이다.


무슨 학교 가기 전에 놀고 가냐며 위험하다고 안 된다고 말하라고- 일단 자고 있고 놀고 간다고 친구들과 약속은 했다고 말을 했다는 걸 다시 말하며 내일 아침에 남편에게 이야기해보라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평소와 달리 이른 알람에 울리지 않았음에도 아들은 이른 시간에 눈을 떴고 일어나자마자 안방으로 오 뒤 8시 30분에 친구들을 만나겠다고 말하는 아들. 진심이었나??


침을 한번 삼킨 뒤, 부드러운 말투로 아무래도 학교 가기 전 만나서 놀고 가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또 그렇게 만나는 건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하니... 아들의 반응은 아니라고 만날 거라는 생각보다 격한 반응이 나왔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은 자연스레 우리의 이야기 속 말은 얹기 시작했다. 좀 격해진 아들에게 차분히 하나하나 상황을 설명하고 이유를 말해주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들은 계속해서 말을 듣지 않으려고 했고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 했다. 그렇다고 수긍할 부모가 이 니기에 아들은 울음이 터지며 끝내 알겠다고 했지만 삐딱선 줄을 타며 방을 나갔다.


아침부터 눈물을 한껏 쏟아낸 아들을 보며 속상하기도 했지만 소통을 하고 이해를 하며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고 아들의 삐딱선 모드에서 단 한 번의 한숨이나, 인상을 쓴다거나 큰 소리 내지 않고 아이에 대해 비난하듯 말하지 않으며 끝까지 그 상황에 대해서만 놓고 대화하는 남편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런 대화법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말이다.

나의 사춘기 중, 고등학교 시절 잘 기억나지 않아 희미하게 떠오로는 짧은 상황을 순간 떠올려봐도 항상 처음 시작되는 주제에서 벗어나 비난받는 대화들로만 끝이 났던 것들이 기억나고 그럴수록 나는 더욱 삐뚤고 날 선 길로 나서고 있던 게 생각난다


그러니 아들이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고 수긍하며 상황을 받아들인 이유는 단언컨대 남편의 대화법에 현명하고 지혜로운 마땅한 옳음에서 나온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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