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아, 바다다

2월에 떠나는 여름여행

by 베를리너

어젯밤부터 현관 앞에 짐이 쌓여있다. 주인은 내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난 이미 눈치 챘다.

저들은 내일 어딘가로 떠난다.


까만 가방이 나오면 먼 곳을 떠나더라고. 이건 좋은 징조야.

신나는 일이 있을 거 같은데.

내가 차를 좀 타잖아?

창밖에 산이 보이네! 주인 두 명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뭔지 되게 궁금하다. 얼마 만에 주인과 함께 차 타고 가는 거야. 킁킁. 창밖에서 나는 냄새도 색달라. 기분 최곤데?

어랏. 중간에 내리잖아? 왜 이리 사람이 많아? 내가 사교적이긴 하지, 그래도 사람이 많으면 걷기 힘들다고.냄새를 쫓아가려 하는데, 왜 막아서냔 말이야!

어랏. 신호가 오잖아.

“아유 예뻐! 똥도 싸고, 이제 들어가자!”

어, 이 뜻이었어? 주인! 진작 말하지. 잠깐. 난 저쪽도 둘러볼 건데. 이건 반칙이야. 벌써 날 들어 올리다니 말이야.

차 안은 시원해. 덜컹 덜컹 흔들리는 느낌도 좋아. 주인과 그네 타던 기억이. 잠을 부른다. 잠이....

“쏴아~ 쏴아~”

와 여긴 어디. 푸른 물은 어디가 끝인 거야! 네모 박스 같은 집과 비교가 안 되는 걸?

견생 첫 바다다.

짭조름한 맛은 어디서 나는 거지? 내려놔. 이거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네!

앗 뜨거워! 보기랑 딴판이네! 깜짝이야! 다리가 풀리네.. 에라 모르겠다. 철퍼덕 앉아버리자!

“어머 축복아! 미안. 뜨겁지?”

주인이 신발 벗고, 모래로 딛더니 나를 안아버리네. 그래. 본인이 겪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소나무 숲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데? 긴장도 풀려. 나 기부니가 좋아.

저것 봐. 나 보며 웃는 사람들. 여유가 느껴지네.


“소나무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쟎아.”

“안면도의 소나무 이름은 곰솔이래. 해풍을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아쉽다 뜨거운 열기만 아니면 좀 더 걸을 수 있는데 말이야! 털코트를 입어서 걷기가 힘들어 컥컥.

또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여기서 사는 거야. 이 계단은 뭐지? 우리 같이 자는 거야? 평생의 소원! 못 들어주나.

배신자들! 나는 1층에 있고 주인들은 위로 올라가네. 나도 갈 거라고.

“축복아, 위험해! 복층으로 가는 계단이 너무 가팔라.”

주인아, 제발. 가방으로 계단을 막아놓다니! 흑. 내 살을 주인과 대고 잠들 수 있다면 개행복할 텐데.

자고 일어나니 새로운 세상이다.

꿈속에 어젯밤 본 푸른 것이 나왔어. 보드라운 모래. 뜨겁긴 해도, 서걱거리는 소리는 좋았어.


어어, 잠깐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이봐 들, 뭔가 착각을 하는 거 같은데. 기다려.

풍덩!

“축복아, 시원하지. 옳지 옳지.”

악 무서워. 발도 닿지 않는데. 내 발아 나 살려.

“여보 축복이 봐. 물에도 안 들어갔는데 발을 휘젓고 있어. ㅋㅋㅋ ”

이게 웃겨? 난 지금 죽다 살아났다고. 내가 지금 물을 좋아하는 줄 알지?

이럴 줄 알았어. 예전에도 날 빠뜨렸잖아.

“여보, 축복이가 수영 정말 잘해. 날 닮았나 봐.”

신났다 신났어. 그래. 포기. 기운 없어. 목욕까지 하니까 너무 배고픈걸.

코를 찌르는 이 매콤한 냄새는 혹시 라면?

나도 밥 줘. 우리 이제 먹는 거지.

와, 여긴 어디? 화분도 많고 여기서 좀 놀아도 돼?

“강아지 동반 되나요?”

“네. 가방에 넣으시면 돼요.”

“우리가 전세 냈다. 커피도 맛있고.”

나 좀 내려놔. 화분에게 나는 냄새가 다 달라.

“바다 보이는 식물 카페 좋다 여보.”

저 멀리 보이는 게 꽃게 다리야?

여기도 좀 봐야겠어.

“축복아, 집에 갈 시간이야.”

“늦으면 차 막힌다.”

흥흥. 주인의 표정 보니 좀 더 있고 싶은 거 같은데. 바다도 보고, 소나무 숲에서 피톤치드 샤워도 하고.

주인. 다음번에도 나 데려올 거지?

신호만 달라고! 1층도 괜찮으니까! 바다는 한번에 다 알 수 없는 곳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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