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은 좋지만 하얀 건물은 싫어(2)

by 베를리너

더 저항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 나도 눈치라는 게 있다고. 병원에 가는 날이라는 걸.

“이리 와봐. 여기 맛있는 게 있네.”

오, 냄새는 나쁘지 않아. 여기 간식 코너야? 저기 윤기 좌르르 흐르는 육포도 괜찮은데?

주인은 명품 가방을 고르는 것처럼, 내 간식 포장지를 꼼꼼히 읽어보네.

명탐정 같아. 요새 주인이 읽고 있는 셜록 홈스랑 비슷해. 인정!

“축복이 들어오세요.”

이제 운명의 시간인가?

“떨긴~금방 끝나.”

끝나는 건 나도 알지. 뒤에 있는 하얀 커튼 방이 문제야.

귀를 후벼 파거나,

등에 주사를 사정없이 내리꽂거나,

소중한 발톱을 깎인 기억밖에 없다고.

주인 같으면 안 떨겠니?

“괜찮을까요?”

“흠, 이곳을 좀 아파하는 것 같긴 해요.”

깽! 그렇게 세게 눌러놓고 안 아프길 바라요? 의사 선생?

“안으로 데려가서 한번 살펴볼게요.”

안돼에에에에.

마지막으로 슬픈 눈빛 한번 발사해 보자.

“잘 치료해 주세요.”

소용없네.

축복이 병원사진.png

“안에서 자세히 봤는데 크게 이상은 없는 것 같아요. 만일 발톱이 들렸으면, 눌렀을 때 통증이 엄청 심했을 거거든요.”

내 말 맞지? 안 아파. 제발 가자.

“혹시 발톱이 붓는다거나, 핥으면 다시 오세요.”

그럴 일은 없수다.

“이것도 같이 계산해 주세요.”

아, 실망. 난 육포가 당긴단 말이야. 그건 이빨 닦을 때 주는 거잖아. 으- 맛없어. 굳이 준다면 사양은 않겠지만.

드디어, 밖으로?

냅다 뛰자. 주인이 끈을 뒤로 잡아끄네.

살 것 같아. 오늘 병원 갔다 왔으니 산책은 두 배로 길어?


잠깐, 병원 근처엔 내 최애 카페가 있어. 예쁜 언니가 간식도 종종 준단 말이야.

“축복아 어디가?”

알면서. 간식이 있는 곳, 날 예뻐해 주는 언니한테. 견생 뭐 있어?

“야야, 안돼. 오늘 바빠.”

주인, 너무해. 아까 말은 안 했지만 무서운 병원에서 얼마나 참았는데.

이거 맛이 나쁘지 않은데?

“축복아, 눈 먹으면 안 돼!”

왜? 시원하고 하얗고 혀에서 살살 녹는 게 맘에 쏙 들어. 내가 얼음에 끔뻑 죽는 거 알지?

아이스크림~ 온 천지가 내 간식이다~ 역시, 살만한 견생. 하얀 건물은 빼고야!


https://www.youtube.com/shorts/jGlcNuZF5I4?reload=9&si=WYcNqA23wd2hk3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