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한 달 전부터 뭔갈 계획하고 있어. 전화를 걸고, 핸드폰 위에서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여.
드디어 보인다. 저 검은색 가방 말이야.
떠나는 모양이다. 중요한 건 하나. 나도 같이 가는지, 아닌지. 지난번엔 낯선 강아지들 사이에 날 두고 떠났었어. 얼마나 서운했던지. 그거 알아? 세 보이는 애들, 속마음이 얼마나 야들야들한지.
주인의 뒷모습이 사라진 순간 울음이 터질 것 같았어.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어. 나를 떼놓고 가는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돼.
필살기가 필요해. 주인 앞에서 눈을 있는 힘껏 크게 뜨는 거야. 에라 모르겠다. 아기 같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지긋이 바라보자. (난 어엿한 4살이지만 말이야.)
다행이야. 이게 먹히네. 나를 차에 태웠어.
주인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여. 작년 이맘때쯤에도 그랬던 거 같아. 식탁 위에 놓인 꽃에서 나는 냄새 하며.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얼마 만이야. 창밖을 보자. 겹겹이 산이네. 이 냄새는 참 신선하다. 코가 뻥 뚫리는 듯!
그런데 왜 이렇게 길을 뱅뱅 도는 거야. 어지럽다, 멍!
드디어 다 온 거야?
여기 북극이야? 갑자기 겨울이네. 집에선 하나도 안 추웠는데, 여기 칼바람이다. 털가죽을 뚫고 바람이 마구 찔러대네. 주인도 피곤한지 다크서클이 눈 밑에까지 쳐졌어,
오 마이 갓.
여기 천국이야. 눈 천국.
주인은 도대체 옷을 몇 겹 입는 거야~ 오예. 스키를 탄다네.
참나. 나이를 잊었나. 저 높은 데서 스키 타고 내려온다고? 지난번 올림픽에 꽂힌 것 같더라니.
“헉헉. 나 이 스키화랑 스키 들고 다니다 힘 다 빠졌다….”
쯧. 왜 사서 고생인지. 꼭두새벽부터 부스럭부스럭 잠을 못 이루더니, 결국 리프트를 탔어.
“대관령까지 왔는데, 종일권은 끊어야지.”
“어어어어. 아악!”
헉. 정말 창피해.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꽈당 이라니. 부끄러움은 내 몫인 건가.
발딱 일어나네. 용기가 가상하다. 주인아 힘내.
“축복아,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선수는 허리에 철심 박고, 다리 골절인데도 참고 도전했대.
그 정도로 달려들어야지, 뭔가 해내는 거야.”
아서라, 주인,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밥 먹듯이 연습한 거고. 주인은 몇 번 타보지도 못했잖아.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타고 싶어. 스키, 내 생일이잖아.”
아이코 저렇게 간절한 표정이라니. 남자 주인은 듣고만 있네. 표정이 좋진 않아.
“와, 이제 된다. 몸이 기억한다더니.”
흠흠 주인, 제발. 걷는 것보다 느리잖아.
주인은 느긋하게 내려오고도, 대단한 걸 해낸 것처럼,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어.
“이제 혼자 올 수 있을 거 같아!”
잘났어. 이제 나 눈밭에서 좀 뒹굴래. 스키 타는 주인 구경도 재밌지만, 펑펑 쏟아지는 새하얀 눈을 보니 가슴이 뛴다.
가자! 장비 없이도, 눈길에서 미끄러지는 스킬을 보여줄 테니.
야호~ 신난다. 봄인 줄 알았더니, 겨울이 왔네. 산다는 건 참 수수께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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