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책을 좋아하긴 해.
그렇다고, 주인이 줄을 끄는 대로 움직이진 않아. 그 점에서 나와 주인의 의견이 갈리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야. 주인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모르니까.
내가 찾은 방법은 이거야
몸을 바짝 낮춰, 힘은 다리로 실는 거지. 그리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앞발부터 쭉쭉 내미는 거야.
“어디가!”
속도 모르는 주인은 나를 끌고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해.
어림도 없지, 나 의견 있는 강아지야. (지난 글을 참조하라고.)
내가 힘껏 다리에 힘을 실어서 한발 한발 나가고 있는데, 누군가 그러더라고.
“쇼트트랙 견이다!”
무슨 말인가 했어.
얼마 전 주인이 텔레비전을 뚫어져라 집중해서 보는데, 거기서도 들리더라니까.
“쇼트트랙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주인 뭔 일이야? 자기가 딴 것도 아닌데. 눈이 하트모양이 되더니, 물이 주르륵 흘러. 급기야 코를 팽팽 풀고.
금메달이 그렇게 좋은 거야? 텔레비전 박스 안에서도 시끄러운 환호성이 들리고. 텔레비전이 나보다 더
우당탕 하더라니까.
오늘은 산책을 나갈지 모르겠어. 안 나가는 날은 없냐고?
주인이 컴퓨터 자판을 오래 두드리기 시작하면, 느낌이 좋지 않아. 결국 거실 안 개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산책이 될 수도 있어.
다음 날 아침 주인은 오만상을 찌푸리지.
왜냐?
흐흐흐.
난 산책을 안 하면, 일을 저지르거든. 거실 복도에 응가를 한다든지. 흠흠.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렇게 주인이 나를 봐준다면. 열 번도 더 할 수 있어. (주인에겐 비밀.)
오늘도 쇼트트랙 중이야. 나한테 스케이트라도 신겨줘 봐.
난 눈을 밟아도 발이 1도 안 시리다고. (과장 조금 보탰어.) 소가죽보다 단단한 내 발바닥 봤어? 물론 말랑말랑 핑크색 젤리 인적도 있었지. 까마득한 아기 때 이야기야. 이제 어엿한 까만 가죽 신발을 신었다고.
어때, 믿음이 가지 않아? 나도 메달을 따보고 싶다. 색깔은 중요치 않아. 주인이 환호성 들리는 텔레비전을
보듯, 나를 바라봐준다면!
주인과 개 친구들에게 자랑스러운 국가 대표견이 되고 싶다!
혹시 몰라. 오늘 밤 당신의 꿈에, 단상에 올라
늠름히 서 있는 내가 나타날지도.
https://youtube.com/shorts/DR7eH09saL8?si=WZ_UlD1AWl4eICf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