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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정 Dec 08. 2023

복숭아 심지

11장. 끝


과수원. 재, 소각통에 담긴 복숭아를 보고 서 있다. 재, 소각통에 불을 붙인다. 타는 복숭아를 바라보는 재. 비의 엄마, 재에게 다가온다.


엄마  태우는 거야?

  여기 이 복숭아들요. 지금은 불에 타고 있으니까 고통스럽기만 하겠죠?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가 좋았지 싶을 거예요. 근데 조금만 더 버티면 곧 자기를 엄청 오랫동안 괴롭히던 벌레에게서 해방될 텐데. 한 치 앞을 모르고 있는 거죠.

엄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재  그냥, 뭔가에 눈 앞이 가려서 주위에 있는 좋은 게 이상하게 하나도 안 보이는 그런 때가 있는 것 같아서요. 불에 휩싸여서 타고 있는 이 복숭아들처럼.

엄마  웃기네. 복숭아는 살아있는 것도 아닌데.

  아, 전 얘네가 꼭 살아있는 것 같아요. 엄청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막 반짝거릴 때. 꼭 땀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엄마  넌 과수원 일이 좋아?

  바다를 보는 것만큼은?

엄마  뭐? 그게 좋다는 거야?


비의 엄마, 재,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복숭아를 본다. 그때, 소각통에서 재가 날아오른다. 재, 날리는 재를 쥐어보려고 하지만 손 틈 새로 빠져나간다.


엄마  그래… 훨훨 날아가라.


재, 날아가는 재를 올려다본다. 불이 타오르는 소리 조금씩 무거워지며 암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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