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현실에 대한 이야기.

어쩔 수 없는 부딪힘에 대한 사색.

by 데이지

나에게 있어 돈은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며,

제대로 된 독립의 첫 단추였다.


어려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집이었기에 돈은 항상 문제였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뭐든 사주시려던

부모님이었지만 철없던 내 욕구를

모두 채우기엔 참 부족했던 점이 많았다.


용돈은 언제나 모자랐고, 갖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모든 걸 사줄 형편이 안됨을 알고

있었기에 참 답답할 때가 많았다.




20대, 첫 성인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할 나이가 되어서

내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바로

금전적 독립이었다.


큰 돈인 월세나, 보증금은

등록금 일부는 도움을 받았지만,

생활비와 휴대폰 요금 같은 것은

스스로 내려고 노력했다.


물론 용돈을 아예 안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내 힘으로 돈을 낸다는 것은

조금씩 독립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23살 12월, 졸업 전 취업을 했다.


처음엔 월급이 엄청 적었지만

'월급'이라는 단어가 왠지

진짜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수습기간이 끝나고 제대로 된

첫 월급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바로 엄마에게 명품 화장품을 사주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 형편엔 조금 벅찬 거였지만,

이제 나도 돈을 번다고 그러니 이렇게

좋은 것도 사줄 수 있다고 아마,

인정받고 싶었던 거 일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화장품, 한번은 가방,

한번은 옷 등등 마음대로 써본 적 없던

돈을 그제야 맘껏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돈을 버니까, 돈이 생기니까,

자신감도 자존감도 높아졌다.


뭐든 더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더 큰 도시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돈을 버니까 왠지 인정을 받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 나에게 돈은,

그저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품보단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그래서 더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가생활도 취미생활도 필요없었다.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괜찮았다.




이상하게 그땐 끝없이 돈이 모자랐다.


그저 현재보다 더 큰 미래에, 또 더 높은

사람들만을 보며 살았기 때문에 현재의 난

한없이 부족하다고만 느껴졌다.


더 큰 곳으로 옮겨보기도 하고,

더 큰 도시로 이직을 해보기도 했다.


인센티브를 주는 직종으로 아예 바꿔보기도 하고,

다들 한다는 부업도 해보고,

다시 처음에 했던 직종으로 돌아가보기도 했다.




버는 돈은 모두 달랐지만

느낌은 꽤 비슷했다.


언제나 부족했고,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족할 때마다 자존감은 무너졌고,

더 벌지 못하는 스스로가 참 못나보였다.


그때의 난 돈에 매여있었다.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때는 어느날 문득이었다.


서울에서 살면서, 부족한 돈으로도

충분히 삶을 즐기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견 마루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었고,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었다.


때때로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러가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문득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던 때였다.


그때 처음으로 돈에서 조금 떨어질 수 있었다.


지금, 현재 작은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큰 돈을 번다고 해도 만족 할 수 없다.


내가 일등 백만장자가 되더라도

어쩌면 언제나 부족하다고만 생각했을 것 같다.




누군가는 너가 백만장자가 되본 적이 없기에

이런 소릴 한다고 꾸짖을 수도 있지만,

내가 살아오며 겪은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살아가려 하다보면 부족한 돈으로도

충분히 살아가진다는 것, 죽으란 법은 없단 것이다.


망연자실하게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내가 살만큼의 돈을 못버는 것은 말이 안된다.


거기서 조금 더 노력해 현재에 만족하려 한다면

작은 곳에서도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이제, 나에게 돈은 그저

현실을 살아가는 필수품일 뿐이다.


인정받아야하는 도구도 아니고,

돈이 있다고 내 존재가 더 빛나는 것도 아니다.


돈, 당신에겐 어떤 의미인가?

나처럼 끌려다니고 있진 않은가?

왜 그만큼의 돈이 필요한가?


한번쯤은 나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는 질문들이다.


돈을 밝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돈에 끌려다니는 것은 부끄러운 일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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