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겨울방학이 한창이다.
방학 시작하기 전에는 내 마음이 촉촉했다.
작은애가 날 배려하고 기다려준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만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얼마나 고맙고 감동이던지.
뭉클.
But, 방학이라 붙어있는 시간이 확 늘다 보니 괴로운 순간도 같이 늘고 있다.
작은애가 나랑 말을 안 하겠단다.
이유인즉슨, 엄마가 자꾸 시비를 걸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작은애가 학기 중에는 아침밥을 거부했기에 방학에는 먹길 바랐다.
근데 방학 때도 아침밥을 안 먹겠다 해서 화가 났다.
어제는 휴대폰을 사달라고 엄청 떼를 부렸다.
또 그저께는 기분 좋게 카페데이트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울었다.
벨트를 안 매겠다, 학원을 안 가겠다, 밥을 안 먹겠다 등등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안 하겠다고 하니 나도 부글부글 끓었다.
운전석을 발로 차고 뒤에서 물티슈를 던지고 난리난리.
결국 나의 목청은 트였고 협박을 벅벅 넣은 으름장을 놓았다.
실패감이 나를 휘감는다.
나중에 아이에게 듣기를,
작은애는 카페에 더 있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학원 차 시간을 놓쳐서 학원까지 걸어가기가 싫었던 거다.
그래서 짜증이 났고 그러다 보니 엄마한테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나도 작은애도 불타는 고구마가 돼서 귀가했다.
오늘 아침에도 "다 너 때문이다!"를 목놓아 외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제는 소아정신과 진료를 다녀왔다.
이번이 마지막 진료인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의사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이에게 협박을 벅벅 넣은 으름장을 놓은 적도 있다고.
"6개월 뒤에 오실래요? 1년 뒤에 오실래요?"
아.. 또 와야 하는구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서울까지 간 건데 아직 더 남았구나.
다른 진료 있는 날에 포개서 예약할 수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었다.
마치고 아이와 근처 박물관에 갔다.
2022년부터 병원 다녔는데 바람 쐬러 간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이런 날도 온다.
엄마로서 다듬어질 부분이 아직 남았지만 이건 평생숙제인 거 같고
이만큼 엄마노릇 해온 나를 나라도 격려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