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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국어인쌤 Sep 09. 2023

타이중 여행은 아이스크림과 함께.

타이중 시내: 꽁위엔(宮原 )안과.똥하이(東海 )대학 Day 10(1)

 들어는 봤나, 주차장 뷰.


 느지막이 일어나려고 굳은 결심을 했지만 8시부터 눈이 떠진다. 

 그래도 여행 와서 제일 늦게 일어난 듯하다. 옆을 보니 아들도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어제 힘들었던 일정을

잘 따라와 주었던 기특한 아들. 초반에는 먼저 일어나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창문을 열고 보니 웃음이 피식 나온다. 가든뷰, 마운틴뷰, 다양한 뷰가 있는데 이번 숙소는 주차장 뷰. 에어비앤비로 룸뿐만 아니라 2층과 3층을 모두 임대하고 있는 집이다. 호텔과 같은 깔끔함과 편리함은 아니지만 그래도 투숙객이 편리하도록 배려한 것이 눈에 보인다. 

 세 명까지 묵어도 될 정도로 룸이 크고 창문이 크고 냉장고, 히터, 에어컨 다 갖추고 있다. 단점이라면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 어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서 호스트에게 말했더니 바로 말씀 주셨는지 조용해지기는 했다. 나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3층 공용공간에 세탁기도 있다. 

 타이중에 있는 내내 저녁때 추워서 생각지도 않게 에어컨이 아니라 히터를 켰다. 주변에만 따뜻해지는 라디에이터 형이라 뜨끈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성에는 차지 않는다. 

 타이중에서의 일정은 시내투어, 근교의 구족문화촌, 버블티 만들기 체험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잡았다. 오늘은 시내 투어 하는 날! 똥하이(東海 동해)대학, 국립미술관, 꽁위엔(宮原 궁원)안과 정도를 보러 갈 예정이다. 


 열 시가 넘어서야 밖으로 나갔다. 오늘도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타이중 역을 지나쳐서 가는데 역 앞이 뭔가 분주하다. 뭐 재미있는 거 하나? 어슬렁어슬렁 돌아보는데 어? 옆쪽으로 역이 또 있네? 구 타이중 역이다. 타이중 역을 현대적으로 새로 건설하면서 구 타이중 역은 폐쇄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두어 박물관처럼 만들어놓았다. 건물뿐만 아니라 철길을 따라 길게 공원도 조성해 놓았다.  

 “와! 엄마는 이렇게 옛날 것을 살려서 만들어 놓은 느낌이 너무 좋아!” 

 “그건 엄마가 옛날 사람이어서 그런 거 아냐?” 

 명쾌하게 답을 내주시는 아드님. 왜 기분이 나쁘지. 


 당연히 철로 아래로 얼마든지 내려가봐도 좋다. 한때는 씽씽 달렸을 철로 위의 낡은 기차를 구경하고 만져보고 밀어도 본다. 철로를 따라가다 보면 철길에 놓여있던 돌을 활용하여 만들었다는 멋스러운 벤치도 보인다. 거기에 앉아 조용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녹이 슬어버린 벽면에 새겨 놓은 문구를 보기도 한다. 

 어느덧 기차를 피해 달리고 있는 설정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 가족과, 친구와 함께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출사를 나온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여기 감성 사진 맛집인가 보다. 

 

 잘 놀다가 공복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는지 아드님 텐션이 급 떨어진다. 지도를 보니 오늘 가려고 했던 꽁위엔 안과 아이스크림 집이랑 4분 거리다. 빵을 올려서 먹을 수도 있는 것 같던데 아이스크림을 아침으로 먹는 건 어떨까?  

 “싫어요!” 

 춥고 아이스크림은 밥이 안된다고 단호히 거절한다. 누가 어른이고 아이인지. 

 그래, 뭐. 아이스크림도 식후경이니까.


 따뜻한 게 땡기는지 일본 라멘 집에 거침없이 들어간다. 우리가 첫 손님. 인자한 미소를 장착하신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입구는 좁아 보였는데 뒤로 공간이 무척이나 큰, 긴 구조의 식당이다. 

 “여기 유명한 식당인가 봐. 엄청 커(속닥속닥)” 

 평범한 라멘집이고 인당 250위엔 정도. 저렴하고 따뜻하고 먹을 게 넘쳐나던 타이난이 그리워진다.

 

 배를 채우고 온도를 높여 놨으니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이름이 꽁위엔(宮原 궁원)안과이다. 간판이 흐릿한 오래된 붉은 건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병원과 아이스크림이라? 

 원래는 그 건물이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안과 병원이었다. 후에 펑리수 브랜드인 ‘르추(日出일출)’에서 인수를 하여 그 건물 그대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만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업종이 변경되면 이름부터 바꿨을 것 같은데 그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게 놀랍다. 정말 안 어울리는 조합이잖아! 

 꽁위엔 안과는 펑리수 매장과 아이스크림 매장 둘로 나눠져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나는) 아이스크림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매장부터.  

 앞에 4명 정도 대기 중이었다. 이전에 아리샨에서 만난 언니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고 하던데 우리는 운이 좋다! 두 개의 커다란 유리 진열장 하나에는 아이스크림이, 하나는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 먹을 수 있는 각종 토핑 류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미리 메뉴판을 달라고 해서 시스템을 파악해 본다. 메뉴판은 영어, 중국어 두 가지 버전. 

 우선 아이스크림을 2스쿱을 할 건지 3 스쿱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 과일이 들어간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다. 또 아이스크림을 와플 과자 위에 담을 건지, 그냥 컵에 담을 건지도 결정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스쿱 수에 따라서 토핑을 올릴 수 있다. 

 유명한 차 ‘동방미인’와 우롱차로 만든, 대만에서만 먹을 수 있는 독특한 맛의 아이스크림도 있지만 과일 마니아답게 아들은 망고와 포도맛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조금씩 다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있으면 좋을 텐데.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토핑을 고르는 행복한 시간!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지만 눈물을 머금고, 펑리수와 치즈 케이크를 고른다. 

 사람도 많고 가게 규모가 작지 않은데 앉아서 먹을 테이블과 의자가 없다. 보통 가게 앞에서 서서 먹거나 아니면 그 앞에 개천 앞(청계천과 매우 흡사한 느낌이다)에서 먹기 때문에 그 주변은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 이것이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 걸까? 우리도 개천 앞의 벤치에 자리를 잡는다. 

 시식해 볼까? 음~ 피곤해하던 아들 눈이 반짝 떠진다. 방부제가 안 들어간 천연 아이스크림이라 너무 달지 않아서 내 입맛에도 괜찮다. 과자를 올려서 먹으니 더 맛있네. 당이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진다. 

  대기 줄이 점점 길어졌다. 12시를 기점으로 많아졌던 것 같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 이미 먹은 자의 기쁨을 억누르며 쓰레기를 버린다.  


 아이스크림을 먹고서야 펑리수 매장에 들어선다. 우와. 널찍하고 층고도 높고, 기념품 가게라기보다는 도서관이나 약재상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다양한 펑리수와 초콜릿 등의 맛있는 간식이 아기자기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타이난의 하야시 백화점과 비슷한 일본풍의 분위기로 매장 음악도 비슷하고, 일본인들도 많이 보인다. 선물용으로 사고 싶은 것이 많은 눈이 한없이 즐거워지는 매장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사진에서 봤던 초록 잔디가 펼쳐진 교정과 멀리 루체 교회가 보이겠지’. 

 버스를 타고 똥하이(東海 동해)대학으로 간다. 똥하이 대학은 독특한 모양의 루체 교회와 우유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곳이다. 루체 교회가 보수 공사 중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우유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가보기로 한다. 대만의 대학 캠퍼스는 어떤 모습일까? 


 막상 내리고 보니 육교가 있는 넓은 도로이다. 아… 학교가… 어디에 있지? 두리번거리다 학교 가는 문이 맞을까 싶은 쪽문으로 조심스레 들어가니 농구를 하는 풋풋한 대학생들이 보인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들은 부러워서 한참을 기웃거린다. 

 평범해 보이는 건물 사이로 들어가자 공원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래, 이거지. 이제야 내가 생각했던 똥하이 대학의 이미지다. 여기는 나무가 웬만하면 기본 이상으로 무성하다. 

 도서관 앞의 내리막 길을 시작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멋진 산책길이 있다. 

 높이 매달려 있는 종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칠 수 있는지 둘이 한참 고민을 하다가,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1등 하면 할 수 있는 걸로 잠정적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지. 사다리일까? 의미 없는 고민을 하며 즐겁게 대학의 정기를 빨아들인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이 있어서 들어가 보면 대학원 연구실이고, 목조 건물이 있어서 박물관인가 보면 입학처이고, 입구가 동그란 옛날 정원 같은 곳은 여학생 기숙사다. 볼거리가 루체 교회뿐인 줄 알았는데 그냥 학교 자체가 볼거리다.

 “학교가 어쩜 이렇게도 예쁘다냐. 너 나중에 이 학교에 유학올래? 엄마 놀러 오게” 

 “싫어” 

 칼 같은 거절. 사실은 내가 다니고 싶다. 

 물론 루체 교회가 공사 중인 것은 아쉬웠다. 내 인생에서 우리 첫 만남인데 하필 그날이 공사 중이라니. 그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하다. 교회의 독특한 건축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손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 하는데, 모르고 그냥 보면 기다란 달 모양, 배모양? 정도로 보인다. 


 똥하이 대학의 하이라이트! 학교에서 직접 키운 젖소에서 얻은 신선한 우유로 만든 제품을 파는 매점! 

 명성에 비해 아담한 가게에서 우유, 푸딩, 빵, 과자, 요거트 등을 팔고 있다. 가게 곳곳을 젖소 모양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두었다. 심지어 벽에 걸려있는 시계도 젖소모양 시계. 

 건강을 무척이나 생각하는 우리 아들은 아이스크림은 아침에 먹었으니 우유 케이크와 푸딩을 먹겠다고 한다. 먹는 게 먼저인 엄마는 그래도 아이스크림, 받고 과자 하나 더. 너무 진하지 않고 건강해지는 맛의 밀크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옳다. 과자도… 맛있다! 아들은 별로 안 먹는 것을 보니 어른들이 좋아할 맛인가 보다. 

 여기도 내부에는 의자가 없어서 밖의 벤치에서 먹어야 했다. 

 그때 찍은 동영상을 보면 윙윙 소리가 날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온 사람이 많아서 아가들 아이스크림 먹는 다양한 표정 보는 것도 재미나다. 


 세 명의 아이들이 스푼으로 하나의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돌려가며 먹고 있다.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왜 동생만 가지고 있어요?” 

 “오빠 혼자 먹어요!” 

 “가운데 놓고 먹어!” 

 아빠는 그 와중에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고, 엄마는 건성건성 대꾸한다. 하하. 너무나 친숙한 장면. 위아더월드로구나.

 우리 시우도 저 만할 때가 있었는데. 그 볼 빵빵했던 아이는 혼자 쫑알쫑알 동영상 찍느라고 정신없다. 젖소도 만나 볼 수 있다는데, 가다 보니 입구가 나와서 그냥 나온다. 굳이 찾아볼 의지는 없어서… 소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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