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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맘 Sep 30. 2024

싱가포르 3박 5일

시댁식구들과 함께 했던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나만의 여행을 위해 짐을 꾸렸다.

집 근처 공항철도역까지 캐리어 바퀴와 함께 걷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이런 날이면 교통의 요지에 거주하고 있다는 약간의 자부심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도착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은 가장 친한 초등학교 동창과 함께하는 3박 5일 싱가포르 여행의 출발지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의 착륙을 안내하는 기장의 목소리가 들린 시각은 자정이 훌쩍 넘었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낯선 도시의 밤은 매우 눈부셨다.

비행기 관점에서 만난 첫 싱가포르의 야경이었다.

 

    

배정받은 호텔 숙소에 짐을 풀고 잠깐 눈을 부친 후 첫날 일정의 버스투어를 가이드와 시작했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의 이국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하지래인아랍스트리트에서 투어버스는 차례로 정차를 했다.

버스로 이동 중에 갑작스러운 빗줄기를 만나면서 짧고 강렬한 싱가포르의 날씨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선택관광인 오픈탑 2층버스를 탔을 때는 운 좋게도 적당한 구름과 시원한 바람도 함께 타서 다행이었다.

도심을 주행하는 도로의 컨디션마저 여유롭고 쾌적했다.

싱가포르의 차량 취득비용이 워낙 비싸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


2층 버스에서 찍는 멋진 도시뷰는 한순간도 놓치면 아까운 이 나라의 낮과 밤을 책임지는 관광자원이 분명해 보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대관람차 싱가포르 플라이어 360도 시티뷰를 감상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뷰맛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이드를 통해 멋진 디자인 건축물들의 스토리텔링을 듣다 보면 심사숙고한 도시계획의 결과물들과 그 경제적 가치가 놀랍기만 했다.

특히 싱가포르의 상징건물이 된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우리나라 건설사(쌍용)가 지은 기적에 가까운 건축물이라고 하니 볼 때마다 자긍심이 느껴졌다.

첫날의 빼곡한 일정은 환상의 슈퍼트리 랩소디쇼를 끝으로  우리에게 깊은 숙면을 선물했다.

 


    

가이드 없이 1일 자유여행이 있는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맛있게 호텔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 여유 있게 숙소를 나와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가이드에게 추천받은 보타닉가든까지 구글맵을 켜고 이런저런 방향실수도 즐기면서 둘만의 맞춤 속도로 걸었다.

싱가포르 도심에 위치한 보타닉 가든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식물원이다.



도착과 동시에 쏟아지는 비를 피해 들어간 야외카페는 숲 속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 편안함을 주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암탉과 귀여운 병아리 한 마리도 비를 피해 유유히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싱가포르는 어디서나 쉽게 방목된 닭들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허가 없이 닭을 잡으면 2천만 원 가까운 벌금을 낸다고 하니 닭이 달리 보였다.

비가 갠 보타닉 가든을 천천히 걸으며 형형색색의 꽃들과 초록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았다.

 


    

열대식물들의 환송을 받으며 오차드로드로 걸어 나온 우리는 이번에는 구글맵 대신 지하철(MRT)을 이용해서 움직여 보기로 했다.

그런데 지하철 탑승구 앞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토스카드(직불)가 인식이 되지 않아 서비스창구 직원에게 문의했다가 결국 친구의 신용카드를 빌려서 탑승을 해야 했다.


나중에 검색창에 물어보니 토스카드 외화통장에 싱가포르 달러 환전이 되어있어야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했던 모양이다.

여행 중에는 돌발상황조차도 에피소드와 경험치를 높여주게 되니 즐기면 그만이었다.



MRT와 연결된 아이온오차드 쇼핑몰에서 소문난 바차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줄을 서야 했다.

드디어 우리 테이블로 우아한 황금색 주전자에 바차커피 품격 있게 담겨 나왔다.

첫 잔은 직원이 따라주었고 나머지 2잔 정도를 더 따라 마실 수 있어서 양이 적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나처럼 디카페인으로 주문하지 않았던 친구는

“커피 한 주전자를 마시고 잠을 설쳤다”는 표현을 써서 한바탕 웃었다.



다시 MRT로 뉴튼역에서 내린 우리는 뉴튼서커스에서 유명하다는 칠리크랩을 저녁으로 먹기까지 했다.

소화도 시킬 겸 스티븐역에서 호텔숙소까지 걸어오며 자유여행의 미션을 완수한 기분을 즐겼다.

 


    

여행 마지막 날인  멀라이언 파크에서는 살짝 비가 내렸다. 

덕분에 멀라이언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를 향해 우산으로 막아 보거나 입을 벌려 마시는 연출도 하며 재미난 인증샷도 찍을 수 있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플라워 돔에서는 내 평생 볼 식물을 다 본 느낌이었다.

냉각수로 온도를 유지하며 친환경으로 구성된 플라워 돔 식물원은 영화 '아바타' 배경지를 본뜬 모습의 대형 폭포가 웅장하고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 한 잔에도 멀쩡했던 우리는 해 질 무렵 싱가포르 리버크루즈 반짝이는 야경에는 취해 버리고 말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식물나라 싱가포르는 여행 내내 불편함 없이 감동과 미소가 따라다녔다.

도시 디자인부터 친환경적인 경영철학까지 겉과 속이 아름다운 도시국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좋아하는 친구와 오래 나눌 수 있는 추억과 여행 사진을 가득 담은 채 우린 싱가포르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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