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in나 詩 11
유난히
바람 소리가 컸다
마구 흔들리는 나뭇가지
나뒹구는 빈캔
덜컹이는 간판
휘청이는 신호등
불안을 부추겨
끊임없이
연신
나를 뒤흔들었다
쓸데없는 상상은 그만해야지
상상이 만든 불안에 지면 안 되지
생각과 동시에 발길 멈추기 무섭게
비가 쏟아졌다
비를 피하려고
달아나지 않았다
함께 비 맞는 길가의 것들이
조용히 눈에 들어왔다
머뭇거리던 캔 하나가
소란스럽게 구르기 시작했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다급하게 굴러왔다
여기저기 상처 난 모습은 꽤나 불편하게 만들었다
익숙한 누군가를 닮아 보여서
한없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이 정도면 잘살고 있는 거라고
눈감아 버렸던 진실을
유난히
바람 불고 비 내리던 어둠이
바로 알게 만들었다
쉽게 나아지지 않음에 대한 위로였을 뿐
그 위로를 사실인 양 착각했음을
여전히 제자리였던 이유였다
유난히
바람 불고 비 내리던 어둠 속에서
마침내
바로 보게 되었다
비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