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in나 詩 19
졸리다
피곤하다
아
들어가기 싫다
저 문을
들어가면
또
문을
열어야 한다
또다시
들어가야 한다
졸리면
하루쯤 쉬어도 되잖아
피곤하면
좀 쉬어도 되잖아
누구에게나 허락된 휴식인데
왜
안 되는 걸까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면서
공부가 아니면 안 되는 시간을 살게 한다
왜
왜
왜
학생은 그런 거라고
그땐 다 그런 거라고
공부는 다 때가 있다고
다시 공부하라면 잘할 수 있다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공부만 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지금은 몰라도
지나고 나면 다 알게 될 거라고
그 말들을
위로라고 하는 건지
설득이라고 하는 건지
그냥
잠시 쉬면 되는데
그 잠시의 휴식은
그들이 정한 특별한 사유에 속하지 않으므로
허락되지 않는다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것 말고
지금 알고 싶은 건데
지금 하면 하는 만큼 알 수 있는 게 공부뿐이라서
지금 알고 싶으니까
지금 해야 하는 게
공부뿐인 걸까
지나고 나서 알게 되면
슬퍼지는데
지나고 나서 알게 되면
후회할 텐데
지나고 나서 알게 되면
늦는데
그걸 알면서
이미 살아 봤으면서
그냥 그렇게 살라는 건
왜 그런 걸까
저 큰 문을 통과하고
또다시 작은 문을 통과하면
원하는 세상이 펼쳐지면 좋겠다
휴식이 허락되면 좋겠다
슬퍼지고
후회하고
늦지 않게
지금 알고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참 좋겠다
졸리다
피곤하다
아
들어가기 싫다
그냥 지금이 그런 것뿐인데
잠시 쉬면
하루라도 쉬면
큰일 날 것처럼
공부가 아니면 안 되는 세상으로 등을 떠민다
졸리다
피곤하다
아
들어가기 싫다
등 떠밀려
결국
들어가기는 한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문이라면 좋겠다
그러면
그렇다면
참 좋겠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가방 메고 들고
공부하러 다니는
지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학교로 향하는
어깨가 축 쳐진 학생들 틈에서
오고 가던 말들이
귓가를 맴돌아
학생들 입장을 헤아려봅니다
그 마음 알아주고
그 마음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