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 가보신 분
오랜만에 다시 보는 꼬불꼬불 아랍어~
살면서 가볼 거라 생각 안 해본 나라 사우디 아라비아에 다녀왔다. 우리 아빠 젊을 적 한국 회사 다닐 때 사우디 아라비아 발령 나서 3년이나 일했댔는데 여길 내가 가게 되다니! 은근 소회가 남달랐다. 아빠가 사우디 새우가 맛있어서 쉬는 날에 양동이로 새우를 사다가 쪄먹고 구워 먹었다는 둥 얘기를 종종 했는데 비행 간다니까 이 얘기를 또 해서 가서 꼭 새우를 먹고 와야지, 일단 다짐하고 출발.
입사 초기에 한참 했던 340 비행기로 갔고요 오늘 나의 포지션 비즈니스 왼쪽!
비행 며칠 전부터 승객 명단을 미리 볼 수 있어 훑어보니 유럽인들은 많이 없는 것 같았다. 보딩 하는 손님 맞는 것도 내 듀티 중 하나였는데 티켓 확인하면서 보니 오잉 사우디 사람 반인건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미국/캐나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탔다.
그리고 내가 (모두가) 알기론 사우디 보수적인 나란데 블링블링 주먹만한 다이아 목걸이 하고 루이뷔통 킵올 들고 앞니에도 다이아 박은 흑인 오빠들 여러 명 타셔서 나 굉장히 당황함 이게 무슨 일이죠? 너무 궁금해서 승객 한 명 붙잡고 물어보니 사우디에서 무슨 힙합 페스티벌 같은 걸 한단다. 거기 가는 아티스트들이랑 스태프 들이라고.. 사우디랑 힙합 이 단어도 참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나 수월했던 비즈니스 클래스 서비스, 일단 만석이 아니었다 히히
주방 담당했던 동료 말이 사우디로 가는 길에는 이게 술 마실 마지막 기회라 다들 콸콸 마시고, 사우디에서 나올 때는 승객들이 한동안 못 마시다가 오랜만에 술 마시는 첫날이라 또 들이붓는 경우가 많다 그랬는데 오늘은 달리시는 분들이 없었다. 공연 가시는 분들도 컨디션 조절하시는지 많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아주 무난하게 흘러간 6시간 비행.
보딩 할 때부터 신나게 들어오길래 하이파이브하자 했더니 더 신나게 내 손 치고 간 귀여웠던 어린이 손님! 그리고 비행 중에 나 부르더니 이어폰 한쪽 주면서 you wanna watch cartoon with me 이러고 물어본다 너무 귀엽지 않나요~ i do want to but i have to work 이러며 아쉽게 거절했다.
손님들 내릴 때 배웅하는 것도 내 듀티였는데 우리 귀염둥이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우다다 뛰어오더니 와락 안아준다. 덕분에 인류애 충전했네 고마웠어
다른 나라랑 사뭇 다른 호텔 리셉션 분위기, 국기랑 사우디 왕? 들의 사진 액자가 인상적이었다.
사우디 시간 밤 열두 시쯤 도착한 거라 도착날은 바로 자고, 일어나 아침 먹으러 가기! 오기 전부터 검색해 놨던 호텔 근처 브런치 카페에 갈 것이다.
슬슬 걸어가는데 사우디에도 참 미국 기업 많이 들어왔네 싶다. 스벅이랑 피자헛 티지아이 케엪씨 등등
큰 땅덩어리 위에 건물들도 큼직함 + 대부분 차로 이동 (길에 사람이 별로 없음) + 이런 미국 기업들까지 배경에 보이니 그냥 딱 미국 서버브 어디 온 것 같다.
중동항공사 에띠하드 다니다 온 동료 말로는 사우디 등의 중동 국가의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실내 시설, 키즈 카페가 굉장히 발달했단다. 그 말을 증명해 주던 케엪씨 미끄럼틀.. 나의 어린 시절 꿈이었는데 이런 미끄럼틀에서 노는 거 ㅋ
브런치 집은 팬시하고 예쁜 가게였고 대부분 30-40 나이 정도 대의 사우디 레이디들이 손님이었다. 애들 학교 라이드 해주고 온 느낌? 대부분 밝은 색 아바야 입고 화장도 이쁘게 하시고 음식 나오면 사진 찍고, 친구랑 셀카 찍고 그러는 게 그냥 전 세계 여성들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여자들은 참 귀여워
근데 이 이쁜 가게에서 커트러리랑 컵 등이 다 일회용 플라스틱이라 좀 깼음
밥 먹고 살살 걸어서 까르푸가 있는 몰 도착했다. 까르푸에서 장 보는 사람들, 직원들, 몰에 있는 사람들 80퍼센트가 남자여서 굉장히 놀라웠던 기억
돼지고기를 안 먹는 나라라 치킨 제품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고, 가족 수도 많고 다들 차로 이동하니까 물건들 사이즈 큰 것도 신기했다.
까르푸 밖에 있던 대형 짐, 이런 거 진짜 미국 서버브 느낌 아니냐고요
하지만 레이디스 온리 입구랑 강렬한 노 맨 얼라우드에서 미국 아니고 사우디임을 알 수 있지
한낮 기온은 24-5 도 정도였지만 햇빛이 강렬하고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서 태닝 하기 정말 딱이었다. 이후에 크루들이랑 헤리티지 빌리지로 구경 가기로 해서
휘리릭 다녀왔는데 큰 기대 없이 가야 좋고 여러 명이서 가야 재밌을 곳 ㅋㅋ
오랜만에 보는 바다뷰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네요~ 담맘 할 만한 거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틀, 삼일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바닷가를 못 걸어봐서 아쉽네
이른 저녁 먹으러 드디어!!! 새우집에 갔다. 비행 결정되자마자 시푸드 레스토랑 검색해서 저장해 놓고 여기 갈 순간만 기다려왔다 히히 Seafood boil라고 하나요 아무튼 케이준 소스에 버무린 해산물 파는 곳!!!
같이 간 크루들 역시 중국인 러시아인이었는데 이런 신선한 해산물 너무 그리웠다며.. 정신없이 흡입
따로 하나 포장해 갈까 하다가 관뒀는데 후회되네요 머리 말고 위장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이 해산물 식당도 주 타깃이 관광객인 헤리티지 빌리지도 브런치 카페도 까르푸가 있던 몰도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것?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안 오나 특이하다 이러면서 밥 먹었던 기억이다
돌아오는 길은 만만석! 6시간짜리 비행인데 비즈니스는 물론 퍼스트 클래스가 꽉 차서 6시간짜리를 일등석 타는 사람은 누굴까 궁금했는데 오 린킨파크 멤버가 그중 하나였다 보컬 시노다 형 ㅋㅋ 사우디에서 린킨파크 콘서트가 있었다네요 신기방기
짧은 밤비행이라 서비스 자체는 안 힘들었는데 밤 꼴딱 새고 일하는 패턴에 사무장이랑 내 손님 하나가 이상해서 꽤나 스트레스받았다. 흑흑 나를 안아주고 간 소녀가 그리웠음 얘야 돌아와 줘 ㅠㅠ
비행 끝나면 두 번 다시 볼일 없으니까 흥 하고 말았는데 집 도착해서 이틀 동안 시체처럼 잠만 잔 걸 보니 대미지가 있긴 했나 보다. 좀만 더 쉬고 막 비행 다녀오고 연말 마무리나 잘해야지. 오래간만에 햇빛도 쬐고 신선한 해산물도 많이 먹고 괜찮았다.
이런 비행 일기 브런치에는 처음 올려보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