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선택과 후회
나는 늘 선택을 하고 후회를 반복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들을 마주한다. 그래도 내가 한가지 자신하는게 있다면 선택을 망설이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늘 선택 뒤에는 후회가 따라온다. 마치 그림자가 나를 계속 따라오듯 내가 선택을
할 수록 그림자는 후회의 방향으로 계속해서 길어진다.
삶에 지쳐 행복을 찾기위해 떠난 여행을 가서도 그렇다. 여행을 떠난 것도 그 여행지에서 한 모든 일들이 나의 선택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늘 후회는 따라왔다. 더 좋은 숙소가 있지 않았을까? 더 좋은 여행 방식이 있지 않았을까? 같은종류의 후회들은 계속해서 날 따라왔고 때로는 더 우울해 지기도 하였다. 과장되게 생각하는 것 일 수 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은 회색의 삶을 살고있는 나의 문제이자 잘못인 것 같았다. 왜 나는 행복하려고 온 여행에서도 행복하지 못할까?
아침에 일어나서 입을 옷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심에 먹을 메뉴를 정하고,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갈 길을 선택하는 것까지. 하루에도 수백 번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내 앞에 놓인다. 그리고 그 선택들 하나하나에 나는 완벽함을 추구하려 한다. 마치 모든 선택에는 정답이 있고, 그 정답을 찾아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하지만 삶이란 수학 문제가 아니다. 명확한 공식도 없고, 틀렸다고 빨간 펜으로 표시해줄 선생님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내가 틀렸다고, 더 나은 선택이 있었다고 자책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차를 마셨다면 더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사소한 일상의 선택조차도 나에게는 후회의 씨앗이 된다.
여행에서 겪었던 그 감정들도 마찬가지였다. 호텔을 예약하면서 수십 개의 리뷰를 읽고, 가격을 비교하고, 위치를 따져보며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도착해서는 '조금만 더 걸어가면 더 좋은 곳이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도, 침대가 편안해도,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항상 더 나은 가능성에 대한 상상이 현재의 만족을 앗아갔다.
후회는 참 교묘하다. 조용히 뒤에서 따라오다가 불현듯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속삭인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 질문은 마치 끝없는 미로처럼 나를 빠뜨린다. 한 번 시작되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생각의 늪이다. 가장 힘든 것은 후회가 현재를 물들인다는 점이다. 과거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가려버린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어도, 아름다운 석양을 보고 있어도, 마음 한편에서는
'다른 식당에 갔다면', '다른 장소에서 봤다면'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고개를 든다.
이런 후회의 패턴을 관찰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후회는 대부분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의 비교, SNS에서 본 누군가의 완벽해 보이는 순간들과의 대조. 이 모든 비교들이 후회라는 감정을 키운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그 비교 대상들이 대부분 실체가 없거나 과장된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가지 않은 여행지는 내 상상 속에서 완벽하게 포장되고, 다른 사람의 여행 사진은 그 뒤에 숨겨진 피로나 실망은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나는 현실과 환상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살면서 완벽한 선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착각하곤 한다. 마치 인생이 거대한 게임이고, 각 단계에서 최적의 선택지를 고르면 해피엔딩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고, 모든 길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호텔이라도 실제로 가보면 사진과는 다를 수 있다. 위치가 좋다고 해서 예약했는데 공사 소음이 심할 수도 있고, 리뷰가 좋다고 해서 갔는데 내 취향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변수들을 모두 예측하고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완벽한 선택을 추구한다.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리뷰를 읽고, 가격을 비교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선택을 한 후에는 '혹시 놓친 더 좋은 옵션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시달린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선택 자체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 되어 버린다. 완벽한 선택이라는 신기루를 쫓다 보면, 현재 내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놓치게 된다. 지금 앉아 있는 카페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정도는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더 좋은 카페가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에 빠진다. SNS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비교는 더욱 일상화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완벽해 보이는 순간들이 내 피드를 채우고, 나는 그것들을 내 평범한 일상과 비교한다. 여행 사진 하나를 보더라도,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노력과 실망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완벽하게 편집된 결과물만을 보고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한다. 이런 비교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비교 자체가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내 삶의 모든 면을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분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비교를 하는 것은 애초에 의미가 없다. 또한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상황과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여행지에 가더라도 예산, 취향, 동반자, 여행 목적 등이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선택의 기준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선택이 그들에게는 최선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비교를 멈추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경험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선택 후에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후회와 선택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핵심은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용기에 있는 것 같다. 완벽한 선택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선택에는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체념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다. 앞에서 계속 예시로 든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여행이 완벽할 수는 없다. 예상과 다른 날씨, 기대에 못 미치는 음식, 불편한 교통편 등은 여행의 일부다. 이런 불완전함들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와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진짜 여행의 묘미일지도 모른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이 주는 작은 기쁨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커피 한 잔의 따뜻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구름, 길에서 만난 사람의 미소 같은 소소한 순간들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