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를 위해 귀국한 친구와 소주한잔한다고 나간 녀석이 아무런 말도 없이 길게숨을 내쉰다.
전화선을 타고 술냄새가 확 느껴졌다.
"괜찮으면 됐어. 술 먹는데 우리 집방향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몇 대 막 달려가길래 놀라서..."
말끝을 흐리더니 취기때문인지 안도의 한숨인지 가늠이 안 되는 숨을한없이 몰아쉰다.
소방차 소리에 정신이 회오리치더니 뒤따르는 앰뷸런스 소리에 심장이 다급해졌단다.
방향만 같을 뿐 너무 먼 곳에 있는 다 큰 녀석이 소리에 놀라 덜컹 겁을 먹은 것이다.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이 커다란 녀석이 속은 여전히 여리디 여리다.
술도 너무 마신 것 같고.
언제부턴지나 또한 엠뷸런스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물이 나려 한다. 누군가의 부모가, 누군가의 자녀가 누군가의 친구, 동료라고 생각하니 순간 무섭고 두렵고 안타까워...
어릴 때에도 괜히 걱정돼 골목에서 놀다가도 뒤따라 집 근처까지 갔었다. 이런 것까지 닮은 건지.
어릴적엔 그냥 무서웠다.
우리 집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깐.
하지만 그 불안함은 초등학교 때까지였다.
그런데 우리 둘째 녀석은
군대도 다녀온 대학생이고.
어깨쫘악~ 근육 빵빵 근육부자인디.
우리 동네 아이들 사이에선 장의사차가 지나갈 때 이빨이 보이면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을 데려간다고 믿었었다. 그래서 난 뒤돌아 서고도 무서워 입을 꼭 다물었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꿈에서라도 장의사차를 보면 행운을 가져다준다 하는 이야기에 길가다 보더라도 뒤돌지 않는다.
무탈한 오늘이 새삼 고맙다.
특별함 없고 멋지지않지만없 지금 내 귀에 노래가 들리고
주책맞게 흥얼거리는 지금 이 좋아졌다.
우연하게 들른 식당에서 초록이 아닌 콜리플라워라는 하얀 브로콜리가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는 걸 보면 아직은 리액션이 살아있는 아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