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를 잊으려 궁정 취직이라는 다른 돌파구를 찾았지만 그곳에서 무시당한 채 다시 현실로 돌아온 베르테르는 사랑의 열병을 이겨내지 못한 채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타고나길 정열적이며, 호메로스를 사랑하는 감상적인 성격의 베르테르가 현실로 돌아와 로테와 로테의 남편 알베르토를 마주하며 느낀 감정은 무력함, 질투심 그리고 배덕감에서 우러나오는 자기혐오가 뒤섞인 아주 복잡한 감정이었다.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얻을 수 없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에 더욱 절망하게 되었고 결국 모든 고통을 끝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을 제대로 읽기 전까지는 "베르테르가 한심하다"라는 일부 서평이 뇌리에 남아, 고전임을 감안하더라도 책의 명성에 비해 내용이 심히 별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다보니 베르테르가 자기 자신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나는 베르테르의 슬픔에 금세 공감하게 되었고, 이 책이 왜 그 시절 청년들의 잇따른 자살을 유발했는지 그 이유 또한 알 것 같았다. ( 물론, 베르테르가 의도했든 안했든 자살의 과정에서 로테에게 죄책감을 심어준 면도 있다고 봐서 베르테르를 비판하는 시각도 이해는 간다.)
지금처럼 다양한 유희거리가 없고 시민사회 또한 발달하지 않았을 시절, 사랑은 숭고한 가치로써 많은 청년들의 정신을 온통 지배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