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영재, 천재였던 아이가 평범하게 변했다. 다섯 살 무렵 수학 학습지 1권을 줬는데 하루 만에 다 풀어서 감탄했다.
유치원 원장님께서 " oo이가 우리 원에서 제일 똑똑해요. 따로 영재 교육시켜요?"하고 물은 적도 있었다.
말도 잘하고 책을 좋아하는 딸을 보며 부푼 꿈을 꾸었다. 속독으로 읽어 나보다 읽는 속도가 1.5배 빨랐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별다른 교육 없이 혼자 잘하기에 내버려 뒀다.
문제점이 있다면 학원을 가기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인기가 많은 미술학원도 10개월 정도 다니다 말고 피아노학원도 체르니 100번 정도 하다 관두고 태권도 학원도 검은 띠 따기 전에 관두었다.
핑계를 대면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확진자가 생기면서 일주일 휴원을 몇 차례하고 나서 부터였다.
겨우 남은 것이 영어 리딩학원이었다. 주 2회 자율수업으로 등원 시 회차가 차감되는 학원이었다
화요일, 목요일 오후 시간에 가기로 하고 매년 100회를 등록했다. 5년 정도 다녔으니 가장 오랫동안 다닌 학원이다.
근데 화요일, 목요일마다 딸이 배가 아프다고 했고 그 전날부터 짜증을 냈다.
화요일, 목요일 2주일 걸러 한번 정도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OO이가 배가 아파요. 조퇴시켜도 될까요?"하고 물으셨다. 선생님께 전후사정을 말씀드리고 학원에 가기 싫어서 그러니 꾀병인지 판단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젊은 분이셨고 경험이 없으셔서 학부모의 의견을 대부분 들어주셨다.
"OO이가 아픈 것 같아 보건실에 보냈는데 열이 나서 조퇴시켜도 될까요?"하고 전화를 하셨다. 그날도 화요일이라 많이 망설 여셨나 보다.
딸과 병원에서 진료받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OO아, 원장님께 네가 말해. 주 1회도 안 가면 죄송해서 엄마는 말을 못 하겠어"하고 말했다.
딸은 톡으로 사정을 말하고 제 방에 들어가 한숨 잤다.
조금 지나서 방에 들어가니 아무렇지도 않게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꾀병이었던 것일까?'하고 한숨을 쉬며 거실에 앉았다가 화가 나서 딸을 야단쳤다.
병의 원인이 제거되어서 나았으니 꾀병이라고 할 수 없겠다. 학원 스트레스로 딸은 실제로 아팠던 것이다.
2회 차를 남겨둔 날, 일대일 수업은 한 번에 2회 차가 차감되니깐 그 수업 듣고 끝내자고 했다. 그런데 학원 선생님께서 리딩수업을 하라고 해서 1회만 차감되어 버렸다.마지막 수업이라고 신나서 갔는데 또 1회 차가 남은 것을 알고 대성통곡하였다.겨우 진정시키고 다음 날 1회 차를 마무리하고 그것으로 학원을 끝냈다.
'학원에서는 곧잘 잘했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릴 때부터 공부습관을 못 잡은 것이 잘못일까?
스스로 학습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나?' 하며 고민에 빠졌다. 풀다 만 학습지를 보며 답답해서 내가 풀어봤다.
나는 결혼하고 육아하면서도 자격증을 몇 개나 따고 책도 많이 읽고 공부하는 게 일상인데 왜 하지 않을까?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하는 말에 피식 웃었는데 딸이 그렇다.
나는 아침밥을 먹고 나서 딸의 영어 단어장을 외운다.
학원이 아닌 내 몫이 되어버렸다.
열심히 애쓰는 나한테 1점을 준다.
학습 습관을 못 가르쳤다고 탓하고 싶지 않다.
브런치 연재를 화, 목 하기로 했는데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어쨌든 쓴다.
설렘이 점점 피곤함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도 해내는 나 자신에게 칭찬한다.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하고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