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제 말을 잘 안 들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사춘기를 키운 선배 엄마들의 조언을 구했다. 말 안 들으면 용돈을 안 주면 된다고 했다.
엄마의 권위보다 돈의 위엄이 한 수 위라고 한다. 자본주의 힘은 강하다고 했다.
딸이 고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선물을 물건이 아닌 돈으로 받기를 원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도 당당히 돈으로 달라고 했다. 딸은 평소 사고 싶은 간식이나 물건을 생각해 두고 스스로 구매하는 것을 좋아했다.
일요일 오후 심심해서 딸에게 산책 나가자고 했다. 딸은 친구랑 놀겠다며 가방을 들고나갔다. 30여분이 지나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돈 잃어버렸어"하며 펑펑 울었다. 나도 돈을 잘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크게 야단을 치지 못했다.
딸이 잃어버린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가서 몇 번이고 같이 찾아보았다. 손가방에 며칠 전 아는 분께 받은 만원을 넣어뒀다고 했다. 가방을 벤치에 둔 채 놀이터에서 놀다가 친구를 만나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했다.
딸이 우는 것도 속상하고 만원을 잃어버린 것도 아까웠다. "엄마랑 같이 나갔으면 될 것을 왜 혼자 가서 돈을 잃어버린 거야." 하며 한 마디 했다. 딸이 만원으로 살 것이 많았다며 계속 울었다.
나는 시간이 날 때 가끔 배달알바를 했다. 1건에 2900원 정도 한다. 딸에게 같이 배달하자고 제안했다. 6건 같이하면 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배달 피크타임이라 주문이 바로바로 들어왔다.
딸의 걸음으로는 배달이 지체될 것 같아 중간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평소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 6건을 끝내고 딸 통장에 만원을 이체했다. 딸의 속상한 마음도 많이 누그러졌다.
딸은 단 돈 백원도 자기 돈이면 귀하게 여기고 엄마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은 금액상관없이 공돈이라 여겼다.
자본주의의 힘으로 사춘기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을 것이다. 현명하게 돈의 힘을 이용해야겠다. 돈을 관리하고 쓰임 있게 쓸 수 있는 법도 함께 가르쳐야겠다.
오늘의 승부는 무승부~
돈을 잃어버렸지만 그만큼 다시 벌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녀 협의하에 원만히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