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오후, 나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딸은 온라인 학습기로 공부하고 있었다. “혼자서 공부 잘하면 얼마나 이뻐?”하며 옆에서 책을 읽었다.
오늘의 학습 진도를 다 마쳤는지 딸은 밸런스게임을 하고 있었다. “엄마, 이거같이 해볼래? ”라고 말했다. 나는 조용히 책을 읽고 싶었지만, 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가 먼저 할게”하며 두 가지 선택지 중 좋아하는 항목에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똑같은 문항을 검사해보라고 했다. '콜라? 사이다?' 평소 콜라를 마시는데 사이다를 선택했다. ‘호떡, 붕어빵’ 둘 다 거기서 거기인데 붕어빵 선택, ‘여름, 겨울’에서는 추운 겨울 움츠러드는 게 싫어서 여름을 선택했다. 왠지 딸과 정반대로 선택한 느낌이 들었다.
두구두구 결과는 “두 분은 소울메이트입니다”라고 나왔다. 나는 의아해서 “이거 맞아?”하고 물었다. 2문항을 제외하고는 일치했다. 사이다와 콜라. 호랑이와 사자 그 문항만 불일치했다.
나는 평소에 딸과 서로 맞지 않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해진 것을 좋아했고 계획대로 하는 것이 편안했다, 딸은 즉흥적이고 상황에 따라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딸이 이번에는 MBTI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96문항에 답하면 된다고 했는데 귀찮아서 관뒀다.
우리 때는 혈액형이 유행이었다. 나는 A형, 딸은 O형 그것만으로도 대충 짐작이 되었다. 나는 꼼꼼하고 소심하지만 딸은 활발하고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혈액형은 4가지로 인간의 성향을 분류했는데 요즘은 MBTI로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내가 대학 졸업할 무렵이었으니깐 거의 30년 전에 진로적성검사의 한 방법으로 MBTI를 검사했었다, 몇 년 전부터 MBTI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혈액형을 묻는 대신 MBTI를 묻거나 상대방과 잘 통할 때 역시 “E”군요. 뭔가 못마땅할 때 “혹시 T이신가요?” 이렇게 말했다.
딸은 몇 가지 단답형 질문을 하고는 “엄마는 ISTJ”라고 했다. 엄마는 내향적이고 현실적이고 계획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단다. 딸은 ENTP이라고 했다. 이것 또한 ISTJ와 ENTP는 서로 잘 맞는 성향이라고 한다.
“왜 T냐?”고 물으니깐 “엄마 내가 말할 때 공감해주는 편이야?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엄마한테 전화했잖아. 바람이 불어 우산이 뒤집힐 뻔했다고! 근데 엄마는 얼른 끊고 집에 오라고 했잖아.”하고 말했다. 나는 딸의 말에 공감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다. T 성향은 공감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딸의 말에 공감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딸이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주려고 노력했다. 결과적으로는 공감보다는 문제해결사가 된 것이다.
사춘기의 딸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딸이 숙제하지 않고 있거나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다그치고 혼을 냈다. 몇 번의 말에도 통하지 않아 큰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딸의 즉흥적인 면과 나의 계획적인 면 때문에 딸과의 마찰은 예견되어 있었다.
나는 좀 더 여유로워져야겠다. 딸은 계획표대로 생활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오늘의 승부는 0:0이다.
어떤 검사든 우리 관계는 상극이 아니라 조화라고 말하고 있다. 서로 맞춰가려는 노력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