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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디 Dec 05. 2023

맞짱 선언

겉바속촉은 완내스?

겉바속촉은 완내스?

이제는 우리말도 배워야 하나? 줄임말을 검색하여 찾아보았다.

겉바속촉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는 뜻으로 주로 치킨 같은 튀김류에 쓰는 흔한 말이 되었다. 먹방 유튜브가 유행하면서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것으로  맛을 표현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조용히 먹는 것이 예의 아닌가? 이제는 씹는 소리를 잘 표현할수록 각광받는 때가 왔다.

 그저 ASMR은 나에게는 소음이다.

 딸과 남편은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며 맛있다는 표현을 잘한다. 나는 지저분하다고 질색을 한다.

 이런 작은 성향이 나와 딸의 관계에 조금씩 틈을 만들고 있었다.

 딸이 커가면서 텔레비전보다는 유튜브를 즐겨보기 시작하면서 세대차이, 문명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딸과 모처럼 단둘이 외출을 했다. 나는 기대감으로 살짝 들떠 있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할 생각이었다.

 딸은 맛집을 검색해서 추천메뉴를 시키고 리뷰를 써서 서비스로 음료수를 받았다.

 나는 40대 후반, 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나도 한때는  정보력이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딸한테 밀리기 시작했다. 딸한테 맡기니 한편으로 편했다. 점원한테 리필, 서비스 등 내가 하기 좀 민망한 일들은 딸이 야무지게 잘했다.

 딸은 귀여운 인상에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상냥한 애교를 가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으러 나갔다.

딸과 카페를 가고 싶었는데 후식에는 "탕후루"라며 망설임 없이 가게로 갔다.

 과일에 설탕시럽을 묻혀 만든 중국의 전통간식이 식후 필수코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과일 5~6개를 꽂아 설탕 범벅한 것을 3~4천 원에 팔고 있었다. 탕후루를 먹기 위해 심지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치과의사가 탕후루 한번 먹고는 치과 잘되어서 강남에서 집 살 수 있겠다고 했대"하는 말을 했다.  그만큼 치아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딸이 샤인머스켓을 고르고 한입 베어 먹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쉬운 것 같지만 겉이 바삭하고 속이 촉촉한 탕후루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했다. 관광지에 파는 탕후루를 먹은 적이 있는데 설탕 버무린 과일로 식감이 물컹물컹했다.


"겉바속촉 완내스"

그래, 얼마나 맛있길래 나도 한 조각 먹었다.

바삭 삭 거리는 설탕시럽 사이로 과일이 상큼하게 입맛을 당겼다.

생각보다 딱딱해서 치아에 무리가 갈 것 같아 걱정이 됐다.


딸과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와서 쉬었다.

딸이 걱정 섞인 목소리로 "엄마, 이가 이상해. 금 간 거 같지 않아? 학원에서 선생님이 내 이에 금 간 것 같다고 했어"하고 말했다.

딸은 자기 전에 걱정거리를 말하는 버릇이 있다.

나는 밤새 걱정이 되어 잠을 못 잤다.

딸의 치아 아랫부분이 반듯하지 않고 톱니바퀴 모양처럼 되어 있었다.


탕후루 때문인가? 치아가 벌써부터 깨지면 어떡하냐? 눈물이 났다.

치과 치료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딸과 병원에 가려면 실랑이가 만만치 않았다. 치료 도중 받기 싫다고 도망치는 아이였다. 이번에는 자기도 걱정이 되었는지 잘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교 후 바로 치과로 갔다.

걱정 한가득을 속사포처럼 내뿜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성인의 치아는 마모되어 반듯한 것이라며 아무 문제없다고 하셨다.

 불소도포를 하고 치과를 나왔다. 학원 선생님께 전화로는 따지지 못하고 톡으로 원망 가득한 문자를 보냈다.

 딸에게는 치아를 손상시키는 질기고 딱딱한 음식은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며칠 뒤

 딸은 과일을 꼬지에 꽂고 설탕을 붓고 전자레인지로 돌리고 있었다.

그 눔의 탕후루를 직접 만들고 있었다.

딱딱한 설탕 범벅이 된 그릇을 설거지 통에 넣어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바사삭바사삭 먹고 있다.

뜨거운 물이나 붓어 놓든지...

딸은 요즘 말마다 "사춘기"라며 큰소리친다.

그래서 "사춘기가 대수냐? 나는 갱년기다. 한번 해볼래"하며 맞짱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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