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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Nov 28. 2023

나의 단골은 어디에 있는가

엇나간 타겟층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 줄이야, 언제 생긴 거예요?’


다음 달이면 개업한 지 만으로 3년, 그것도 꽉 찬 3년이지만 아직도 손님들께 종종 듣는 소리이다.


아직도 발견되고 있는 카페라..

아직도 발견되고 있으면 안 되는데..

아직도,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만 하다.


3년 전, 1년 좀 안 되는 준비기간을 거쳐 디저트 카페를 열었고, 초반에 마케팅에 큰 힘을 쏟지 않았던 것은 카페 위치가 번화가가 아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이 나면 그것이 마케팅이겠거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페 타겟층은 디저트를 애정하고, 새로운 디저트를 찾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20~30대의 여성.

그녀들이라면 분명 이 구석진 동네골목까지 와주리라 믿었다.

실제로 초반에는 그러한 나의 생각이 맞아떨어졌고, 인스타를 보고 이곳까지 찾아와 주는 손님들로 그나마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이러한 디저트카페는 너어어무나 많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신상카페 또한 너어어무나 많다.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고,

우리 카페에 또 와야 할 이유가 없다.


이곳까지 와야 할 이유 따위는 오직 카페사장에게만 있는 것이다. 굳이 내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 번 더 찾아갈 이유?

그렇기엔 세상에 카페는 많고, 바쁘다 바빠 현대인들의 에너지는 부족하다


그렇게 재방률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산산이 부서진 나의 타겟층이여!

과연 나의 단골은 어디에 있는가


손님들이 먼 곳에서 찾아오리라 생각했던 건, 나의 엇나간 예측 내지는, 멀리서라도 내 실력을 알아보고 와주길 바라는 나의 간절한 소망 같은 것이었다.


거. 기. 에. 있기 때문에

가. 까. 이. 있기 때문에

카페에 가는 것이다.

굳이, 애써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카페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


꼭 연애 못하는 애들이 가까운 데 인연이 있는 줄 모르고, 먼 데서 짝을 찾고 있는 것처럼,

단골을 가까이에서 찾지 않고, 먼 데서 찾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우리 카페가 위치한 지역은 노년인구 거주비율이 매우 높은 곳이다. 우리 카페가 슬세권인 분들의 연령이 60~70대 인 것이다.


실제로 카페가 생기고 나서 한동안 많은 노인분들이 카페 앞에서 한참을 쳐다보시다 지나가시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계절이 바뀌자, 놀랍게도 마침내 그분들 중에 몇몇 분들은 카페 내로 들어오시기 시작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시는 분(카페가 가정집을 개조해서 착각하실 수 있음)

-이 동네에서 누가 카페를 오겠냐며 가겟세나 낼 수 있겠냐며 걱정하시는 분(하하 그러게요 하며 맞장구쳐 드림)

-코로나라서 테이블을 많이 놓지 않은 거냐고 하시는 분(카페콘셉트이지만 그냥 코로나 때문이라고 수긍함)

-카페 테이블과 의자가 있지만, 앉을 데가 없다고 하시는 분(여기에 앉으시면 된다고 안내해 드림)

-내 사전엔 셀프서비스란 없다 앉아서 주문하시는 분(직접 주문받고 가져다 드림)

-무조건 선주문 후지불, 결제는 현금으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실제 대부분 카페 주변에 실거주자이시자,

카페가 거. 기. 에 있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

나의 단골은 젊은이가 아니었다. 이분들이었다.


일단 디저트와 커피의 맛에 민감하지 않고, 달달하면 극찬을 하신다. 카페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서 미안하다고 하신 분도 노인분들이 첨이었다. 아니, 수다 떨러 오는 게 카페인데, 뭐가 그리 미안하신지.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거. 기. 에 있기 때문에, 오는 분들은 또 있었다.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오는 직장인들이었다.

이곳이 오피스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시간에 직장인이 이렇게 몰릴지도 몰랐고, 그에 대한 준비,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 음료 여러 개가 동시에 주문이 되기라도 하면, 멘붕이 되어 손을 덜덜 떨며 제조하기 일쑤였다.


일반회사가 아닐 뿐이지 주변엔 청소년 상담센터, 장애우 지원센터, 사학재단 안에 수많은 중고등학교 등등, 많은 이들이 이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카페의 주력 디저트인 스콘, 휘낭시에, 브라우니가 무엇인지, 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그 같은 디저트의 종류가 무엇인지 구분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관심도 없고 사는데 아무 중요하지도 않다. 그냥 밀가루와 버터가 들어간 것은  빵일 뿐이다.


라즈베리 라테에 우유가 들어가는지 모르고 주문하신 분도 있었다. 라테에 우유가 들어가는지 모르는 것은 최종학력과 연봉과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다. 석사출신이어도 모를 수 있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자신의 관심분야가 아니면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라테를 모르는 이들도 나의 단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셜티 원두를 취급해서가 아니라,

디저트가 엄청 맛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카페가 거기 있기 때문에

그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편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래서 재방문하는 것이다.

결국, 단골이 되는 것이다.


가장 보통에 맞추어야 한다.

성별 연령 기호가 아닌 가장 보통의 사람이 타겟층이 되어야 한다.

보통의 사람,

즉 모든 사람이 타겟층인 것이다.


작은 골목 동네카페의 타겟층이란 실로 무의미한 것이었다. 모든 손님이 타겟층이자 단골손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 모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작은 카페의 숙명같은 것이리라.


남의 가게 앞에서 식빵 굽는 단골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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