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다른 이야기
특별함 없는 매일이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같은 듯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딘가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가로수의 잎사귀는 어제와 다르고, 하늘의 구름은 매 순간 다른 표정을 짓는다.
나는 운전을 하며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아침과 저녁으로 달라지는 하늘빛은 때로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며칠 전, 노을은 트로피칼 오렌지빛에 옅게 드리워진 구름이 너무나 아름다워 신호등이 바뀌어도 출발해야 할 시점을 잊어버렸다. 뒤차의 경적이 없었다면,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 하늘에 매료된 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마치 어제와 다른 오늘이 준 작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자연과 내 삶을 자주 비교하는 습관이 있다. 맑은 하늘은 고민 없는 날 같고, 구름이 많으면서도 맑은 날은 긍정적인 내 마음을 닮았다. 먹구름이 캄캄하게 드리워진 날은 마음이 무겁고 우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생각한다. 이 구름도 결국 지나가겠지.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늘을 통해 삶을 바라보곤 한다.
가을 하늘은 특히 청명하고 아름답다. 얼마 전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등굣길의 풍경 사진을 제출하라는 미션을 주셨다. 나는 그동안 찍어놓은 하늘 사진 여러 장을 첨부했다.
“저는 하늘을 보며 학교에 갑니다”
하늘에 대한 애정을 담은 글과 함께 답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부터 하늘빛은 내 기분과 감성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있었다.
하늘과 구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런던의 날씨가 떠오른다. 런던은 비와 구름이 잦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해양성 기후는 날씨를 변덕스럽게 만들고, 자주 비를 뿌린다. 연평균 156일 정도 비가 내리지만, 강수량 자체는 많지 않고 이슬비 형태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이런 날씨의 도시에서 오래 머물 자신이 없다. 구름이 자주 낀 런던의 하늘은 쓸쓸하거나 낭만적 일지 몰라도, 기후에 민감한 나에게는 맞지 않는 풍경이다.
내게 창의력을 자극하는 방법은 이런 일상적 관찰에서 시작된다. 주변의 사람, 사물, 풍경, 그리고 하늘처럼 나에게 와닿는 것들이 곧 글감의 주제가 된다. 때로는 자연의 시선으로, 때로는 타인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계절의 변화는 내 영감의 중요한 동반자이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오늘은 하늘을 주제로 시작했지만, 하늘이 불러낸 이야기는 런던의 날씨를 향했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글쓰기란 이런 과정 같다. 단 10분 동안 주변을 살피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멈춰 서는 것.
내 생각의 날개를 펄럭이면 무엇이든 글감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날갯짓이 작고 여리지만, 앞으로 점점 더 힘을 얻어 그 날갯짓 사이로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