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항상 행복하고 순수하기를
- 켈트족 기도문 '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
* 아이들이 항상 행복하기를 그리고 순수하기를
- 캘트족 기도문 ‘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
모든 것이 낯선 중1 학생들. 어떤 말들로 학생들을 맞이하면 좋을지 고민이었다. 어릴 때부터 공부와 학원에 치인 학생들. 겨우 열네 살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삶을 참 힘들고 외롭다고 느낀다. 어른으로서 측은하고 또 미안하다.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행복과 축복의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어떤 지혜로움으로 새 생명을 받아들일까? 현명한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아이들에게 어떤 삶의 가치를 보여줘야 할까?
우리나라가 돈만 있으면 최고로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물질적 부가 행복을 가늠하는 최고의 척도가 되었다. 부동산 투기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고 모두가 그런 꿈을 꾸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건물주가 최고이며 건물주가 꿈이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적잖게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어른들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건물주’가 되기를 꿈꾸는 나라, 어느 나라 아이들이 건물주가 꿈인 나라가 있을까?
성공의 기준이 돈인 나라. ‘학연, 혈연, 지연으로 성공과 출세를 위한 인맥 쌓기와 성공을 위한 스펙 쌓기가 공부의 본질이 되었다. 인문학책보다는 재태크, 부동산, 주식 관련 책이 더 많이 팔리는 현실이다.
수업 시간에 “부모님들이 너희 사랑하는 것 알고 있니?”라는 질문을 해 본다. 그러면 “모르겠는데요”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그 말에 동감하는 눈빛과 표정도 있다. 밤늦게 퇴근하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남학생과 마주쳤다. “늦었는데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집에 가렴”이라고 했더니 “부모님 죽었어요.”라며 히죽 웃던 모습은 충격이었다. 물론 그 아이 부모님은 멀쩡히 생존해 계셨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부모님이 자신들을 사랑하고 걱정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살아남아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돈을 벌어 편안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기대가 있다. 어린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하기에 바쁘다.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힘겹다. 오직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버거운 현실을 다 참아낸다. 그런데 부모들의 마음과 수고는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오해를 낳고 갈등을 일으키다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래서 학기 초 담임을 맡아 학부모 상담을 하면 학부모님들께 제일 먼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곤 한다. “학부모님들께서 자녀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씀이 무엇인지 기억해 보시겠어요? 만약에 자녀 입장이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라고 질문을 한다. 학부모님들 대부분은 겸연쩍게 웃으신다. 아마 누구도 부모로부터 “공부해라, 학원 갔다 왔니?, 학원 숙제는 다 했니?, 시험 몇 점 받았니?”라는 말만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이 학창시절에 나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은 “밥 먹었냐?”였다. 지금도 전화기 너머로 듣는 말은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냐?”였다. 어떤 말 한마디보다도 자식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있음을 온전히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2021년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모님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정말 잘했어, 항상 사랑한다, 넌 지금도 잘하고 있어, 오늘도 수고 많았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 같이 놀러 가자, 넌 최고의 선물이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믿어 주고 위로와 격려를 해 주면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스스로 공부하며 성장한다. 아이들에게 맹목적으로 공부를 강요하면 배움의 즐거움은 사라진다. 부모를 포함한 타인과의 소통은 중요하지 않으며 성공과 돈만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된다.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건물주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낸 우리 어른들은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삶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유럽의 인디언이라 불리는 켈트족의 기도문인 ‘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이라는 시가 그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이 기도문은 갓 태어난 새 생명에 대한 사랑과 측은한 마음을 담아 삶의 축복을 기원하는, 참 따뜻한 시다. 실존을 마주하게 된 아기가 삶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행복과 평안을 찾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아낸, 진짜 어른의 마음이 담겨 있어 좋다.
이 시를 입학하거나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읽어 주며 “항상 너희들의 삶이 행복하기를 또한 순수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마음에 위로가 된다며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이 시와 문학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삶이 절망스러워 포기하고 싶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위로하고 축복해 주고 있음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러다보면 아직은 견딜만한 힘이 남아있음을 느끼고 힘을 낼 것이다. 또한 물질적 부가 삶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 축복에서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학연과 혈연과 지연으로 인맥을 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진심어린 마음을 나누기를 바란다. 그리고 평안과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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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
켈트족 기도문
당신 손에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
당신 지갑에 언제나 한두 개의 동전이 남아 있기를.
당신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불행에서는 가난하고
축복에서는 부자가 되기를.
적을 만드는데는 느리고
친구를 만드는데는 빠르기를.
이웃은 당신을 존중하고
불행은 당신을 아는 체도 하지 않기를.
- 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