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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도 생각은 복잡해
24화
핸드폰을 두고 나온다고? 내가?
(셀프 글쓰기 챌린지 24) 드디어 중독에서 벗어나는가!
by
글구름
Apr 5. 2024
오후에 도서관에 가기 위해 읽을 책과 생수 한 병, 바람막이 점퍼를 가방에 챙겼다.
운동화를 신다가 '아참! 가는 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야지!'라는 생각에 다시 들어가서 야무지게 챙겨 집을 나섰다.
집 앞
에 길게 줄지어 있는 나무들은 온통 벚꽃나무다.
4월에 어울리는 노란 봄날씨에 연분홍 벚꽃길을 걸으며 이건 정말 꿈같은 풍경이라고 해도 되겠다 생각하며 봄에 젖어 걸었다.
그렇게 꿈같은 길을 한참을 걷고 있는데 위에서도 나를 보고 있는 건지 '그렇게 좋아? 더 기분 좋게 해줘 봐?' 으스대며 특수 효과팀이 바람이 일으킨 것처럼 순간 벚꽃눈이 대각선으로 샤!! 샤르르 흩날리기 시작했다.
순간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주변에 길 가던 다른 사람들이 멈춰 서서 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 그렇지! 나도 영상으로 남겨야겠다!' 생각하며 가방을 뒤졌다. 그때 깨달았다.
집에서 나올 때 핸드폰은 챙긴 기억이 없다는 것을.
혹시나 목마를까 봐 물을 챙기고, 추울까 봐 점퍼도 챙겼고 굳이 다시 들어가서 음식물 쓰레기까지 챙겨 나왔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음식물 봉지 바로 옆에 핸드폰이 있었던 기억까지 나는데도 들고 나오질 않았다. 이야.... 내가 어떻게 그랬지?
한참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 집으로 향하면서 나는 오히려 기뻤다.
얼마 전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읽으며 스마트폰에 중독된 듯한 나를 발견했었다.
핸드폰은 내 몸의 외부 장기와도 같았고, 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의 최악의 악몽은 핸드폰 분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현실에서도
절대
상상도 하기 싫은 가장 무서운 일 중 하나가 폰 분실이다.
책을 읽고도 여전히 나는 핸드폰 중독에서 헤어난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그나마 이전보다는 수시로 온라인 세상에서 나를 구출하려고 애쓰며 살고 있는 것이 나아진 점이다.
요즘엔 폰은 옆에 놔뒀지만 뒤집어 두고, 보여도 안 보이는 것처럼 생활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이젠 정말 봐도 안 보이는 것인지 나의 외부 장기이며 분신을 외출하면서 그냥 두고 나온 거다.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이상한 뿌듯함을 느꼈다.
어린 아들이 안 좋은 습관을 바꾸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머리를 쓸어주며 "이야! 정말 대단한데! 잘했어!"라고 칭찬했던 그런 순간이랄까?
나에게 있어서 핸드폰은 아주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므로 여전히 가장 중요한 물건 중 하나다.
하지만 하루종일 손바닥에 붙어있는 중독상태까지는 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살짝 칭찬의 글을 남겨본다.
오늘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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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도 생각은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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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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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두고 나온다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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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얼굴에 꽃을 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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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도 생각은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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