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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파전과 막걸리 토론 시간

(셀프 글쓰기 챌린지 26) 나는 나고, 너는 너다

by 글구름



어제 남편과 벚꽃놀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


회기역 파전 골목으로 접어들었을 때,

좋아하는 막걸리를 35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할인 행사를 보자마자 우리는 홀린 듯 가게로 들어갔다.

점심 식사 겸 낮술로 해물 파전에 막걸리 조합.


오랜 친구, 동네 친구도 너무나 소중한 것은 맞지만 그들과 함께 할 때 배려할 것들이 많이 떠올라서 요즘따라 피로감이 느껴진다.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내적 변화가 있는 시기여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어떤 생각에 대해 의논하고 토론하고 싶을 때 남편과 대화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요즘이다.

어제 해물파전과 막걸리 타임 토론 주제는 이것이었다.


어떤 유명 유튜버 이야기를 신나게 하다가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 봤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초. 중. 고 시절 사력을 다해 공부한다.

그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 사교육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다.

그런 아이가 우리 집에도 있다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 바라던 대학교에 들어간 사람들이 있을 거다.

대학 4년을 또 미친 듯이 공부하고, 그 비싼 학비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비용을 지불하며 졸업까지 한다.


이러한 흐름은 초, 중, 고, 대학시절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16년을 노력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 노력했던 내용과는 무관하게 관련된 일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는 건 알지만, 나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지나온 세월과 노력, 금전적 규모가 연상이 되어 마치 나의 상황인 것처럼 순식간에 뼈저리게 아깝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고 얘기했다.


남편은 한참을 열심히 듣더니 생각한 것보다 나의 생각이 꽤나 막혀있는 듯해서 놀랍다고 했다.

16년을 해봤는데도 그 길이 아닌 것 같아서 다른 것을 선택하겠다 하는데 어쩌겠나.라는 아주 심플한 생각으로 타인을 바로 이해해 버렸다.


그 일이 우리 아이에게 일어나도 그렇게 말하겠냐라고 물으니 아이가 신중히 생각한 후 삶의 노선을 바꾸는 거라면 기꺼이 인정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와 나름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거라고 예상하며 공감을 바라고 시작했던 대화였는데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에 내심 놀랐다.

그렇다고 다른 의견이어서 분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꽤나 멋진 막걸리 토론이었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미리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또한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슨 이유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를 또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희미하게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의 인생 흐름이 기준점이다.

특별히 손해 보지 않았던 부분을 기준으로 그것이 인생에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러다 내 기준에서 심하게 벗어난 이들을 보면 내 몸 어딘가에서 자극반응이 즉각 오는 거 같다.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다.

사람마다 목표가 다르다.

지구상의 그 누구도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다.


결론,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나는 몸에 어떤 반응도 없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싶다.

오직 그것이 앞으로 살면서 타인을 향해 내가 가져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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