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 구차한 시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상황과 판단이 실은 말하지 못하거나, 설명하기 곤란한 속 사정이 담긴 것임을 드러내지 못할 때가 있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텐데, 사실을 따져 묻고 밝히라고 채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땐 정말이지 연기처럼 꺼져버리고 싶다.
비교적 간결하고 투명하게 살아가려는 편이다.
복잡하고 긴밀한 관계에 기가 빨리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얽히고설킨 사정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지 않을 경우 오해를 만들 수 있고, 작은 오해가 커다란 사건으로 불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간혹 원하지 않는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혹은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혹은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실을 말하기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진실이 가져오는 무게를 사람마다 다르게 감내하기 때문에 아는 데로 솔직히, 느낀 대로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과제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진실을 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엄마 아빠에게 나의 감정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칼처럼 마음을 베는 일이 되기도 하고, 학교 시험공부 대신 BTS 신곡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걱정거리가 될 수도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
A와 B의 관계와 상황이 C의 관점과 D의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이 되고, 나쁜 의도가 없어도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된 이야기가 E에게 전달되어 A와 B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답답한 일이다.
더 많이 더 자주 노출될수록 손가락이 전기 오르듯 간지러워 움켜쥐게 되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으아 아아” 소리를 내며 가오나시처럼 긴 타원형으로 늘어지고 흐릿해지며 꺼져버리는 상상을 한다.
추락하는 헬기 조종석의 탈출 버튼처럼, 곤란한 상황에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
진실과 거짓에 상관없이 나와 상대 혹은 어쩌면 누군가를 곤란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이 있을 때, 나는 버튼을 누르고 “으아 아아” 에코 소리를 내며 가볍게 꺼져버릴 테다.
복잡하지 않게 심플하게, 상처 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