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Selective hearing과 Selective listening 이란 단어가 있다.
Selective hearing은 배경을 지우고, 피사체만 기억하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정보만을 청각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Selective listening은 의식적으로 주의 깊게 필요한 내용만을 청취하는 것이다.
세상은 소음과 소문으로 넘쳐나고, 우리에게는 필요한 내용만 걸러내서 인지하는 selective skill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제대로 인지했더라도 굳이 소문내거나 알리지 않도록 selective silence 가 요구된다.
산 사이를 흐르는 강물은 초록색이고, 텅 빈 칼데라 호수의 물은 투명한 푸른색이다.
바다의 색은 좀 다르다. 모래와 가까운 바다는 피부와 비슷한 살색이고, 암초와 물고기로 넘쳐나는 바다는 초록과 파랑의 중간색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먼바다는 어둠처럼 무서운 핏빛과 파랑이 섞여 있다.
플라밍고는 원래 흰색이지만, 먹잇감인 새우나 게에 포함된 아스타신이 깃털에 축적되어 붉은색이 되고, 갑오징어는 색소를 합성하거나 저장하는 색소포를 수축하거나, 확장하며 몸의 색을 바꾼다.
하지만 카멜레온은 빛의 파장에 따라 피부 세포의 구조가 바뀌면서 색이 변한다.
2개의 빛을 반사하는 층이 피부를 당기거나, 느슨하게 하면서 피부 세포의 격자 구조가 바뀌고 이런 과정에서 피부색이 달라진다.
물은 주변의 색을 흡수하여 스스로 색으로 위장한다는 점에서 플라밍고, 갑오징어, 카멜레온보다 훨씬 진화된 존재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유리한 것만을 남긴다.
주변의 색을 받아들이거나, 비슷한 것으로 위장하는 등 더하고, 빼는 이기적인 계산을 한다.
보이는 것, 보이게 하는 것, 듣는 것, 들리게 하는 것.
상대방을 의식하고, 존중하려는 의지이기도 한 필터링은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때로는 아예 존재를 숨기기 위해 입을 다문다.
필터링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하늘은 파랗고, 둥글고 날렵한 구름이 떠 있고, 여린 잎에 가득한 풀밭 앞으로 징검다리가 놓인 낮은 강물이 한 점의 움직임도 없지만 분명히 흐르고 있다.
그래도 “선택”이라는 의지와 결정을 상징하는 다리가 놓였다.
필터링이 없는 세상에 머무는 것은 고요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울 것이다.
자장가처럼 다독이는 자연의 색상, 소란스럽지 않게 공간을 채우는 물소리, 그리고 언제든 강렬한 자극을 쏟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 스마트폰.
상처를 주지도, 상처를 받지도 않고, 그저 각자로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 있다면, 그럴 것이다.
다만 선택적 침묵이 요구될 것이다.
어떠한 소음도, 소문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