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미국의 신경인지 과학자 닥터 배리 고든에 의하면 인간의 뇌가 절대 쉬지 않는 것은 “위험과 기회의 상황에서 빠른 판단으로 생존하기 위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활동”이라 한다.
입체적인 환경과, 오감을 들었다 놨다 하는 다양한 자극, 끊임없이 요구되는 선택과 책임 속에서
제대로 멈추고, 비우는 “멍 때리는 시간”은 지구를 떠나야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적당히 쉬엄쉬엄 하라는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애초에 뭔가 부여된 책임과 의무가 없어야 아무것도 안 하게 될 것인데, 뭔가를 부여하고는 “쉬엄쉬엄” 하라니 이것은 무슨 궤변일까.
대단치 않은 소소한 일상을 채우는데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상황의 판단하고 심지어 이 모든 것을 빛의 속도로 해치우고 입과 손과 발로 판단의 결과를 출력해야 한다.
그저 “바쁘다”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숨이 막히는 답답함이 일상 도처에 숨어 있다.
얼마 전부터 멍 때리기 대회라는 것에 눈길이 간다.
막힌 데 없이 펼쳐진 공원에 연령과 성별이 다양한 수많은 사람이 흘러내릴 듯이 편안해 보이는 옷을 입고 간격을 넓게 하여 앉거나 눕는다.
그리고는 누가 더 오래 “멍 때리는지”를 경쟁한다.
신기한 것은 멍 때리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무표정을 가장한 피곤한 얼굴이다.
살아 숨 쉬는 동안 인간 몸의 2%밖에 안 되는 뇌는 860억 개의 뉴런과 5000조 개의 시냅시스로 연결되어 에너지의 20~25%를 사용하며 미친 듯이 작동한다.
심지어 의식적으로 뇌의 번잡한 활동을 차단하려 해도, 여전히 뇌의 활동을 멈출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멍 때리기 대회를 통해 뇌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존 활동에 반기를 든다.
엄청나게 애를 써서 뇌의 활동을 늦추고, 생각을 비우고, 판단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걸 보면,
올림픽처럼 “멍 때리기” 역시 경연 대회를 개최할 만큼 위대한 도전임이 분명하다.
비우기, 멈추기, 간격을 띄우기, 집중의 에너지를 소멸시키기. 멍 때리기 = Space out
쉬엄쉬엄 하는 것도, 기를 쓰고 멍 때리는 것도 어려운 나는 진공의 우주 공간을 누비는 상상을 한다. 빛도 소리도, 나를 둘러싸고 조여 오는 다양한 환경도 없다는 공간이라면 그저 공간의 흐름을 따라 유영하며 제대로 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진짜 우주인에게는 터무니없는 상상의 여유는 0.0001%도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