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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花怪 – 뿔에서 꽃이 피는 괴물

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by kimleekim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는 걸 알고 있지만, 세상은 드러난 조건, 모습으로 본질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 인식이 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아무도 의도 하지 않았지만 낙인찍힌 죄인처럼 나와 상대의 인식을 바꾸기는 참으로 어렵다.


모든 과외와 학원을 중지하고, 일주일에 한 번 포트폴리오 미술 학원만 다니던 즈음이었다.

점수와 학원으로 다툴 일이 없어지니, 아이와의 관계가 돈독 해졌다.

서로 다정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이런 말을 해도 될까 머뭇거리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엄마 내가 화괴 이야기를 찾았어. 뿔에서 꽃이 피는 괴물인데, 화괴의 꽃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화괴의 꽃을 찾아다녔데. 어떤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아예 화괴의 뿔을 뽑아 가기도 했데. 얼굴은 괴물이지만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착한 존재인데, 뿔을 뽑으려 들다니 너무한 거 같아. 화괴 이야기를 잘 생각해서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

엄마는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어쩌면 화괴는 사람들의 고통, 분노, 슬픔, 불안 등을 대신 먹고, 뿔난 괴물이 된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온갖 아픔이 맺혀 핏방울이 되었고, 그 피가 뿔을 타고 흘러 땅에 떨어질 때는 한 송이 꽃이 되고, 그래서 흉측한 모습의 화괴가 지나간 자리는 아름다운 꽃길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아이는 줄이 쳐진 노트에 볼펜으로 뿔이 돋고, 상처를 붕대로 싸맨 괴물과 꽃을 그렸다. 볼펜 라인이 덧칠해진 그림은 묘하게 애처로웠고, 7밀리 가로줄 눈은 어쩐지 화괴를 가둔 듯 보였다.

창살은 가로가 아니라 세로줄이어야 하는데, 갇힌 듯한 느낌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엄마는 아이에게 그림에서 받은 느낌을 말해 주었다.


"뿔, 괴물, 악마 그런 단어들이 반드시 악은 아니야."

아이는 좋고 나쁨의 두 가지 극단의 가치로 나누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화괴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아픔을 감내하고, 자기 모습이 흉물이 되기도 하고, 어떤 가치는 받아들이는 상대에 따라 혹은 시대에 따라 선이기도 악이기도 하니까 "


"그래. 나도 동의해. 어떤 건 그냥 다른 거야. 다른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야.

그건 현상이니까. 모든 현상을 가치로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아."

엄마도 아이의 생각에 동의했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의 그림 속 화괴는 붕대를 풀고, 꽃피를 멈추었다.


뿔은 그대로 있지만 잘리지 않고 온전한 모습이다. 두꺼운 두 다리로 단단하게 세상을 딛고, 코발트 네이비, 네온 그린의 몸체를 가졌다.

천사에게나 있는 후광이 얼굴 뒤로 크게 펼쳐졌고, 팔꿈치와 무릎에도 후광이 붙여졌다.

아이는 존경과 숭배의 상징인 후광은 존재를 드러내는 얼굴만 아니라, 행동의 주체인 팔과 다리의 관절에도 붙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괴 이야기에서 시작된 존재는 아주 다르게 진화했다.


"이 작품의 이름은 뭐야?"

엄마가 묻자 "몰라 아직 안 정했어. 그냥 가상의 이미지야."

엄마는 아프고 슬펐던 화괴가 새 생명을 얻은 것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아이의 그림에는 고통이나, 꽃, 잘린 뿔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엄마에게 그림의 제목은 “화괴 – 뿔에서 꽃이 피는 괴물”로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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