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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호 좌회전을 닮은 어린이

by 깡미 Jan 23. 2025


비보호
초록색 불이 켜지고 직진하는 차량들이 거침없이 옆 도로를 내달린다. 좌회전을 하기 위해 이초 정도 뜸을 들이며 멈추어 기다린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가 있는지 목을 내밀고 살펴본다. 신호등이 알려주지 않는 적당한 타이밍을 찾아 핸들을 한 바퀴 반 돌린다. 누구도 '지금 가!'라고 확신 있게 말해 주지 않기에 (뒤에서 가끔 클락션을 빵-하고 울려 신호를 주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결정을 내리기에 어려운 순간이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나의 첫아이. 너도 이런 기분일까.


운전대를 잡고 매일매일 너만의 길을 찾아가는 네 옆에, 엄마는 동승자로 앉아있어.

너의 선택과 결정을 지켜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너를 믿고 지지하는 것뿐인 것 같아.    


넌 어떤 길을 찾아가고 있니. 때로는 길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너의 여정이니까.


내비게이션이 "좌회전입니다"라고 안내를 해줘도 언제, 어느 순간에 맞춰서 핸들을 돌려야 하는지 타이밍까진 알려주지는 않잖아. 나는 그저 너의 생각과 판단을 믿고 지켜볼 뿐이야.


좌회전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갑자기 반대편에서 차가 달려와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있고, 뒤에서 기다리는 차들이 연신 네게 불편한 신호들을 보내올 수도 있어. 그 순간이 얼마나 어려울지 알아. 그래도 괜찮아. 계속 직진만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엄마는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다양한 길을 가보는 게 중요한 거니까. 때로는 돌아가거나, 멈추거나,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어. 중요한 건 다른 차와 충돌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너만의 타이밍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야.


언젠간 너도 느낄 거야.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말이야. 그러니 너 자신을 믿고, 네가 가야 할 길을 찾아 나아가길 바라. 엄마에게 중요한 건 네가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에서 성장하고 만족을 찾는 거야. 계속해서 나아가, 멈추지 말고.






사진: UnsplashLandon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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