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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빵 Aug 19. 2024

오늘은 아이의 정기검진 날이다

오늘은 둘째의 정기검진 날이었다

임신 30주 무렵부터 조산기가 있어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아이는 조금 이르게 36주에 세상에 나왔다. 주사를 맞아도 자꾸만 배가 뭉쳤다. 아픈 통증은 참을 수 있었는데 계속 참다가 태반이 떨어져 나가거나하면 정말 위험할 수 있어서 36주에 낳기로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고 수술을 했다.

36주에 2.7kg 면 그래도 꽤 버텼다 생각했고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호흡이 안 좋아 곧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갔다.

회복실에서 눈을 떴을 때 아무도 내 곁에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은 아이와 함께 대학 병원에 가야 했다.

며칠 지나 아이를 보러 외출하겠다고 병원에 얘기하고 면회를 갔다. 아이에겐 여기저기 주렁주렁 라인이 달려 있었고 아이는 맥없이 늘어져 있었다. 선생님은 한고비를 넘겼지만 아이가 근긴장도가 떨어져 추가 검사를 해야 할 거 같다고 하셨다. 지켜봐야 한다는 말과 함께.

아이가 바보가 되면 어쩌지?
뇌 손상이 와서 잘 못 먹거나, 잘 못 걷거나, 말을 못 하거나, 지능이 너무 떨어지거나 어딘가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불안감이 몰려왔다.
 
남편한테 이야기를 하니
뭘 어떡하냐고 한다. 이제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이제 아이는 태어나서 우리 자식이기 때문에 바보든 아프든 우리가 다 챙겨주고 책임져야 하는 거라고.

그렇구나. 이제 선택권은 없는 거였다. 우리는 부모다. 아이가 아프든 바보든 그냥 우리는 아이를 키워내야 한다.

아이가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할 줄도 모르는 기도를 매일같이 했다.

제발 그냥 보통의 아기처럼 건강하게 해주세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공부를 잘하거나 잘생겼거나 착하거나 무엇을 잘하기를 기대하고 바라지 않겠습니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세요.

어디에 했는지는 모르겠는 기도가 먹힌 건지
지금 내 곁에는 밥을 아주 많이 먹고 잘 뛰고  계속해서 엄마를 불러대는 아이가 옆에 있다.

오늘 병원에 가니 아이는 잘 크고 있고 이제 6개월 뒤에 와서 발달 상태가 괜찮으면 그게 마지막 진료가 될 거라고 하셨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해서 절실했던 그때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보채고 칭얼대는 아기를 보면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낼 때도 있다. 그것도 꽤 빈번하게.

오늘 진료에서는 키가 좀 작다고 하셔서 '이걸 어쩌냐, 남자는 키가 커야 하는데' 이런 생각마저 든다. 키가 잘 컸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한테 하는 기대가 점점 늘어나고 화도 많이 내게 될 거 같지만 그래도 때때로 아기가 태어나서 아팠던 그 순간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작고 통통한 장난꾸러기 아가야.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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