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하)

by 엘샤랄라

학교 갔다가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집에 도착하려면 10미터는 넘게 더 걸어가야 한다. 멀리서 구슬프게 우는 소리가 들린다. 개와 늑대가 결코 먼 친척이 아닐 것이라 짐작하게 하는 하울링이다. 어느 집 개가 짖지 않고 우는지 심장이 먼저 알아챈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몸에서 힘이 빠진다.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간다. 내가 왔는데도 메리는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 차마 집 안에 들이지는 못하고 옥상으로 올가는 계단 복도에 메리를 뉘였다. 행여나 불편할까 바닥에 푹신푹신 안쓰는 이불을 깔아줬다. 그 큰 몸이 축 늘어져 있으니, 차지하는 면적도 넓어졌다. 그저 머리를, 몸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 본다. 손도 만져보고 발도 만져본다. 모두 멀쩡한데 시름시름 앓고 있으니, 속이 탄다. 계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숨소리를 들어 본다. 힘에 겹다.


암컷인 메리는 새끼를 두 번에서 세 번 정도는 낳았다. 모두 내가 없을 때 일어났던 일이다. 새끼들은 여지없이 귀여웠지만 우리 메리 같지는 않았다. 모두 이웃들과 친척들에게 나눠 줄 요량이었기에 나에게는 언제나 메리뿐이었다. 매번 누렁이들만 낳던 메리가 한 번은 만화 속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뽀얗게 하얀 흰둥이를 낳았다. 첫눈에 반했다. 아빠에게 이 개만큼은 키우자고 졸랐다. 나날이 커가는 흰둥이는 '크리스'의 이름과도 딱이었다. 수컷이었다. 힘이 남달랐고, 지 어미보다 덩치가 커졌다. 그런데 이 개가 오묘한 구석이 있었다. 덩치와 다르게 겁쟁이라 계단을 내려오지 못하니, 다 크고 나서는 산책 한 번 같이 나갈 수가 없었다.


주인을 알아보기도 하는 것 같긴 한데, 어찌 또 매번 볼 때마다 새롭다. 정이 이어지지 못하고, 뚝뚝 끊긴다. 쌓이지 못하고 산산이 흩어진다. 나는 예뻐해 준다고 예뻐해 주는데 어쩐지 마음이 딴 데 가 있다. 자태는 다부져서 눈길이 가지만 움직임에는 촐싹거림이 있다. 어느 날은 겁쟁이라 계단도 못 내려오던 녀석이 생물학적으로 뻗치는 기운을 주체할 수가 없었는지 아무도 없는 사이에 옥상으로 연결되는 문을 열고 집을 나갔다. 근방에 그런 개는 크리스뿐이었던지라 아빠는 몇 번을 찾아가서 데려 왔는지 모른다. 크리스는 메리처럼 스스로 자기 집을 찾아올 줄 아는 그런 개는 아니었다. 아빠가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몇 번이나 데리고 왔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찾지 못했다. 끝끝내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만 했다. 멍청해서 집도 못 찾아온다며 잃어버린 개에 대한 속상함을 툴툴대며 삐딱하게 달랬다.


그래서 결국 나에게 남은 개는 메리뿐이었는데, 이제 그 메리와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메리를 보내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아무리 개를 키울 장소가 있고, 개집이 있었어도 메리를 대신할 수 있는 개는 없었다. 끙끙거리던 메리는 눈을 감았고, 뒤처리는 아빠가 했다. 그런 일은 모두 아빠가 했다. 옥상에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놀러 갈 이유가 없다. 발길이 뜸해진다. 거실에 누워있으면 옥상에서 메리가 펄쩍펄쩍 뛰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데, 개들은 사람 같지 않아서 아무리 뛰어대도 층간소음 같은 건 만들지 않는다. 세상에 개는 많지만 그 개들이 나의 개 메리는 아니기에 나는 더 이상 그 어떤 개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게 되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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