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집 사람들 (상)

by 엘샤랄라

3층에는 우리 가족이 살았고, 반지하에 두 가구, 1.5층 높이 되는 곳에 두 가구 이렇게 총 네 가구가 함께 살았다. 몇 차례 여러 가족들이 들락날락거렸겠지만 내 기억에 남는 가족은 별로 없다. 그래도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그려내고 싶은 가족이 있다면 몇 가족이 생각난다. 셋집으로 내놓은 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부엌이 있고, 왼쪽으로는 욕실이 있었다. 그리고 안쪽으로 큰방, 작은 방 이렇게 방이 두 개다. 구조는 방마다 얼추 비슷했다.


사람들이 집을 보러 왔을 때에 나는 보통 학교에 가 있거나 외출 중이었어서 대면한 적은 없으나 처음으로 부모님이 집안 내부를 보여주실 적에 딱 한 번 같이 있어 본 적이 있다. 그날 우리 집을 찾아온 사람들은 신혼부부라 했다. 남자는 말끔하게 양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반질반질하여 윤기가 흘렀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행색이 초등학생이었던 내 보기에는 몸 쓰는 일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고 선생님이거나 회사에 다닐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결혼하게 될 신부는 '신부'라는 이름을 들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더욱 야리야리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인물이 워낙 훤칠했어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궁금한 게 많았다. 반지하보다는 그 위층이 햇빛이 잘 들고 더 좋을 것 같은데 왜 반지하에서 시작하려는지 그 뒤의 숨은 서사가 특히 궁금했다. 부부가 집을 보러 가고 이 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릴지 다른 집을 알아볼지 나는 혼자서 내심 성적표를 받아 든 것 마냥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런 사람들이면 우리 집에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결국 부부는 우리 집에서 신혼살림을 꾸리기로 했다. 이삿짐이 들어오고, 생활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같은 건물에 산다지만 오며 가며 마주칠 일은 많지 않았다. 조용한 부부였기에 더욱 그랬겠다. 크게 불편하다며 귀찮게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여름날, 예상치 못하게 불편한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비가 하늘에서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지는데, 워낙 짧은 시간에 많이 내렸던지라 지하에 서서히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급하게 내려가서 처음에는 직접 퍼내셨는데 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고 생각하셨는지 결국 집을 뛰쳐나가서 기계를 빌려 오셨다. 펌프를 설치하고 물을 뽑아 올려 내면서 다행히 큰 일은 면하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어찌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그 일이 있고 아버지는 여름 내내 비 오는 날이면 어지간히 신경을 쓰셨다. 행여나 물이 넘쳐 사람들의 세간살이를 망가뜨리고 생활이 불편해질까 봐 염려하는 마음이 컸다. 반지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 항상 존재하였지만, 집은 계속 보수되면서 그런 불편함이 줄도록 신경을 썼다. 그렇게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더 생겼고,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세를 받거나 혹은 수도요금 정산 같은 자잘한 일들이 늘었다. 가게일로도 바쁜데 집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신경 쓰려니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갔다 하셔야 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주변 정돈이거나 엄마가 부탁하는 수도계량기 검침 정도였을까. 엄마가 부탁한 날이 되면 집집마다 돌면서 계량기를 보관해 놓은 곳을 하나씩 찾아가며 함을 열고 그 위에 적혀있는 숫자를 적는다. 크게 힘들일 일은 없는데 엄마가 시키면 어찌나 귀찮았는지, 적고 있다가 안에서 사람이 나올 것만 같은 인기척이라도 들리면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 같아 괜히 혼자 부끄러워져서 언제나 집에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시간만 골라서 살그머니 적고 나왔다.


그렇게 나는 집주인도 아니고, 그저 집주인의 딸이었을 뿐인데 집주인 같은 노릇을 하고 있었다. 세를 놓았으므로 얻는 경제적 이득보다 세를 놓았으므로 챙겨야 하는 일들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거나 해내야 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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