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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by 방석영 씨어터 Nov 16. 2024
오르막 Uphill (2024. ink on korean paper. 130x130)오르막 Uphill (2024. ink on korean paper. 130x130)

나목(裸木)의 너얼찍한 궁륭 밑을 통과하는 즉 나목이 인간을 안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인간도 아치를 품는다.

바넷 뉴먼의 거대한 빨강이 보는 이를 안으로 초대하면 그 이는 어느새 빨강의 대지를 품어 관조한다.

유성을 천국으로 들어가는 한 넋이라 하는 목동의 마음에, 그 곁의 스테파네트의 마음에 그 밤은 세계 최초의 밤이다.

언젠가 되돌아갈 초원에는 어린 날의 시정(詩情)이 깃든 토끼풀과 아치문이 있잖니. 낭만이 어린 축소는 보다 고매한 확장이네.


내 손에서 나오는 것들은 세상과 닿는 표면적이 넓어서 조금의 치우침 없이 그들이 있는 곳에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준만큼 세상의 것을 받는 무던하고 우직한 성질이면 좋겠다. 지하의 고구마처럼 어떤 형태로든 갈라지고 변형되고 때론 기괴한 모습으로도 요염할 수 있는, 도저히 예보불가한 존재이거라. 몸 전체가 옥토에 날로 닿아 살진 땅임을 보증하고 그로써 은혜 입는 피드백이 너희의 루틴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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