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1930년대까지의 재즈 흐름과 장르를 알아봤습니다.
비밥의 시대인 1940년대를 시작합니다.
재즈의 거장 중 찰리 파커와 동료 뮤지션들이 스윙의 안정된 박자를 파괴하고 새로운 연주 방식을 제시합니다. 이제 모든 재즈 악기는 솔로 연주가 가능하게 됐고 재즈는 좀더 음악성을 추구하는 예술적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스윙 재즈가 악단의 연주에 따라 댄스 플로어에서 춤 추는데 사용되었다면 비밥은 본격적으로 감상의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비밥(Bebop) 또는 밥(Bop)
1940년대 초 스윙의 하모니를 확장하고 안정적인 스윙 박자를 변형하여 긴장되고 단편적이며 모호한 음악이 만들어 집니다.
이를 비밥이라고 하며 빠른 템포, 빠른 화음, 많은 코드 변화, 고난도 연주, 그리고 하모니, 멜로디, 음계를 조합한 즉흥 연주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런 접근을 통하여 모든 악기의 독주가 가능하게 되었고 혁신적인 작곡이 가능하게 됩니다.
비밥을 여는 연주자들을 보고 계십니다.
L: 찰리 파커, M: 디지 질레스피, R: 설로니우스 몽크 기존 선배들의 스윙 연주에 실증을 느낀 젊은 뮤지션들은 뉴욕주 뉴욕시 맨하탄 52번가를 중심으로 클럽 연주를 시작합니다. 새로운 연주 방식을 제시하고 실험하면서.
그 장소는 어떤 분위기였을까요?
맨하탄 52번가: 5번가~브로드웨이, 비밥을 여는 중심지!찰리 파커(as)
디지 질레스피(tp)
설로니우스 몽크(p)
케니 클락(d)
드러머 케니 클락은 라이드 심벌즈로 일정한 비트를 유지하면서 스네어 드럼과 베이스 드럼을 갑자기 두드리는 "폭탄 투하(dropping bombs)" 주법을 개발합니다. 이 사운드가 "klook"하다 하여 클룩 혹은 클룩-맙이라 불리게 되었고 케니 클락의 닉네임으로 사용됩니다. 케니 클락은 설로니우스 몽크와 디지 질레스피를 발견하여 할렘 108번가 민톤 플레이하우스에서 연주할 그룹을 만들게 됩니다. 또한 할렘의 몬로 업타운 하우스에서 연주하던 찰리 파커를 민톤 클럽으로 데려옵니다. 이렇게 비밥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드러머 케니 클락은 버드, 디지, 몽크를 한 곳에 모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스윙과 다른 엇박자의 폭발적이며 예측 불가의 빠른 코드 전개를 하는 연주 형식을 왜 "비밥"이라고 했을까요?
비밥의 의미?
① 스캣에서 의미없이 집어 넣은 빠르고 즉흥적인 음절 "리밥" 혹은 "밥"에서 따옴
② 스페인어 "아리바!"가 어원이라는 설, 아리바는 영어로 "Go!"인데 청중이 솔로 주자의 즉흥 연주를 더 빠르고 높게 하라고 외칠 때 사용
③ 몽크의 대표곡 "52번가 테마"의 원제인 "빕밥"에서 나왔다는 몽크의 주장
위에서 언급한 비밥 연주자들 외에도 뛰어난 뮤지션들은 많습니다.
소니 롤린즈(ts)
덱스터 고든(ts)
소니 스팃(ts)
제임스 무디(ts)
팻츠 나바로(tp)
클리포드 브라운(tp)
마일즈 데이비스(tp)
제이 제이 존슨(tb)
버드 파웰(p)
메리 루 윌리엄스(p)
찰리 크리스찬(g)
조 패스(g)
맥스 로치(d)
아트 블레이키(d)
...
대부분 작곡과 연주를 겸하면서 뛰어난 비밥 작품을 발표해 나갑니다.
재즈 스탠더드가 된 곡들도 아주 많습니다.
몇 장의 비밥 앨범을 살펴봅니다.
소니 롤린즈 <moving out>, J.J. 존슨 <The Eminent Jay Jay Johnson>, 맥스 로치 <Clifford Brown & Max Roach> 현존하는 테너 색소폰 주자인 소니 롤린즈는 호방한 블로잉으로 유명한 뮤지션입니다. 존 콜트레인보다 먼저 두각을 나타냈으며 밥은 물론 하드 밥을 거치면서 뛰어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합니다. 트롬보니스트 제이 제이 존스는 슬라이딩 주법에 따른 트롬본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주력을 보여줍니다. 밥과 하드 밥에 있어 맥스 로치와 아트 블레이키가 단연 돋보입니다. 로치는 특히 클리포드 브라운과 멋진 협연을 합니다. 비밥을 자양분으로 하드 밥이 발전하기 때문에 연주자의 작품과 스타일을 구분함에 있어 모호할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때는 그냥 들으시길 권합니다. 온전한 감상에 시간은 걸리기 마련이지요.
소니 스티트 <Kaleidoscope>, 클리포드 브라운 <Study in Brown>, 마일즈 데이비스 <Blue Note Years>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테너 및 바리톤 색소포니스트인 소니 스티트도 주목할 만한 작품을 보여줍니다.
25세에 요절한 클리포드 브라운은 마일즈 데이비스와 비교될 만한 트럼펫 주자였습니다. 맥스 로치, 아트 블레이키, 사라 본 등과의 협연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비밥을 시작으로 재즈 퓨전에 이르기까지 재즈의 모든 것을 보여준 장인입니다.
버드 파웰 <the amazing bud powell>, 메리 루 윌리엄스 <Mary Lou Williams>, Joe Pass <Virtuoso> 천재 비밥 피아노 연주자라 불린 버드 파웰, 여성 피아니스트 메리 루 윌리엄스, 기타리스트 조 패스 앨범을 보고 계십니다.
예시한 연주자들과 앨범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비밥에 접근하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모던 재즈의 시작을 알리는 비밥, 이후의 하드 밥과 포스트 밥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서 감상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로써 뉴 올리언즈에서 시작된 전통 재즈 그리고 스윙 재즈와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재즈 역사를 써내려 갑니다.
라틴 재즈를 보겠습니다.
(재즈북 5권에서 라틴 재즈를 두 편에 걸쳐 자세히 안내해 드립니다.)
한편 비밥의 탄생 및 활동과 더불어 1940년대에 라틴 재즈의 초기 형태인 아프로큐반 재즈가 형성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끕니다. 재즈에 쿠바의 맘보, 룸바, 살사, 차차차, 그리고 칼립소 등을 결합한 아프로큐반 재즈를 큐밥이라고도 합니다. 이후 1950년대 후반 브라질에서는 삼바를 접목시킨 보사 노바가 만들어 집니다.
마치토 밴드: 싱어 그라시엘라(L), 셰이커 마치토(R)194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끈 마치또 밴드 모습입니다. 남미의 다양한 음악적 재료가 재즈라는 음식에 풍미를 더합니다. 라틴 재즈의 발전에 기여한 많은 미국 뮤지션 중 디지 질레스피와 스탄 게츠는 주목할 만합니다. 질레스피는 큐반 뮤지션들을 미국에 소개하고 이들과의 협연 등을 통해 아프로큐반 재즈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게츠는 브라질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로 일련의 보사 노바 앨범을 발표합니다.
지금까지 1940년대에 발전한 비밥과 라틴 재즈를 알아봤습니다. 비밥은 다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하드 밥이 도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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