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의 비밥
1950년대 중반부터 비밥을 토대로 발전한 하드 밥
1950년대 후반 하드 밥 및 여러 스타일을 통해 발전한 소울 재즈
그리고
1960년대 프리 재즈의 등장
전편에서 1950년대의 하드 밥을 소개하였습니다.
연주 스타일과 느낌에 있어 하드 밥과 대비되는 쿨 재즈는 하드 밥이 발현되기 전, 그러니까 비밥이 형성, 발전되는 1940년대에 만들어 집니다.
쿨 재즈를 알아보겠습니다.
1940년대 비밥 시기.
마일즈 데이비스가 녹음한 <Birth of the Cool>은 비밥과 다른 느낌을 줍니다.
L: 앨범 <Birth of the Cool>, R: 마일즈 데이비스(1969년) 1949년 녹음에 참여한 제리 멀리건(bs), 리 코니츠(as), 그리고 마일즈 데이비스(tp)가 만드는 사운드는 비밥의 열정 및 에너지와는 달리 이지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비밥이 필라델피아, 뉴욕 등 동부 연안을 따라 형성된 흑인 연주자 중심의 땀내나는 연주를 특징으로 한다면, 쿨 재즈는 비밥과 상대적으로 냉정하며 조용한 사운드를 연출합니다. 이를 쿨 재즈라 부릅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클럽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웨스트 코스트 재즈(서부 해안 재즈)라고도 합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앨범 <Birth of the Cool>은 쿨 재즈의 기원이라고 평가받습니다. 녹음은 1949년 이루어졌지만 발표는 1957년입니다.
레스터 영: 1959년 1월 22일 파리 오르리 공항한편 1930년대 사운드로 쿨 재즈의 원조라고 불리는 테너 색소포니스트가 있습니다. 프레스 혹은 프레즈라 불리며 카운트 베이시 악단에서 활동하였고 빌리 홀리데이와 소울 메이트였던 레스터 영(1909~1959)입니다. 영은 돼지 파이 모자를 애용하였고 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그가 1959년 3월 49세의 짧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위대한 작곡가이자 더블 베이시스트인 찰스 밍거스가 추모곡 "Goodbye Pork Pie Hat"을 작곡하여 5월 녹음을 합니다. 이로써 탄생한 명작이 밍거스의 <Mingus Ah Um> 앨범입니다.
참고로 영을 추모하는 "굿바이 포크 파이 햇"은 재즈 스탠더드가 되었고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이 커버하였습니다. 특히 록 기타의 진수를 보여주는 제프 벡의 1976년 앨범 <Wired>에 수록된 곡은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레스터 영, 마일즈 데이비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쿨 재즈.
이를 대표하는 주요 뮤지션들입니다.
제리 멀리건(bs)
아트 페퍼(as)
리 코니츠(as)
스탄 게츠(ts)
쳇 베이커(tp, v)
폴 데스몬드(as, cl)
데이브 브루벡(p)
...
적다보니 다 백인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 재즈 장르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비밥 혹은 하드 밥 대비 백인 연주자들이 많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음악이 만들어졌습니다.
주요 연주자와 대표 앨범 몇 장을 소개합니다.
쳇 베이커(1929~1988)
L: 1954년 <Chet Baker Sings>, M: 1979년 <Blue Room>, R: 1979년 <The Touch of Your Lips> 1954년 앨범 <Chet Baker Sings>는 싱어이자 트럼피터인 베이커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국내에서도 이 앨범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수록곡 "My Funny Valentine" 포함 귀에 익숙한 곡들이 많습니다.
1979년 앨범 <Blue Room>은 1979년 4월, 11월 네덜란드 바라 스튜디오에서의 연주를 담고 있습니다. 편성은 리듬 섹션 트리오(피아노, 더블 베이스, 드럼)와 베이커의 쿼텟 구성입니다.
1979년 앨범 <The Touch of Your Lips>는 덕 레이니(기타), 닐스 피더슨(더블 베이스), 쳇 베이커(트럼펫, 보컬)의 트리오 편성으로 덴마크 음반사 스티플체이스에서 발표하였습니다.
쳇 베이커의 앨범은 보컬과 트럼펫을 같이 연주하는 경우와 트럼펫 연주만을 하는 경우로 나뉩니다. 만일 그의 보컬을 좋아한다면 연주 앨범인지 아닌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트 페퍼(1925~1982)
L: 1957년 <아트 페파와 리듬 섹션>, M: 1960년 <아트 페퍼+11>, R: 1981년 <윈터 문> 쿨 재즈를 대표하는 알토 색소폰 연주자입니다.
1957년 앨범 <Art Pepper Meets the Rhythm Section>은 페퍼의 대표작이자 쿨 재즈 명연입니다.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에서 활동하던 리듬 섹션 트리오(피아노: 레드 갈란드, 더블 베이스: 폴 챔버스, 필리 조 존스: 드럼)가 참여한 쿼텟 작품입니다.
1960년 앨범 <Art Pepper + Eleven>은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모던 재즈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곡들을 커버하였습니다. 둘째, 마티 파이치의 편곡 및 지휘 아래 리듬 섹션 트리오와 12명의 혼 섹션이 참여한 앙상블입니다.
1981년 앨범 <Winter Moon>은 페퍼가 세상을 떠나기 9개월 전 녹음한 작품입니다. 혼신을 힘을 다해 부는 색소폰 연주는 겨울의 창백한 달을 떠올리게됩니다.
제리 멀리건(1927~1996), 폴 데스몬드(1924~1977)
1952년 <제리 멀리건 - 쳇 베이커 쿼텟>, 1957년 <제리 멀리건 - 폴 데스몬스 쿼텟>, 1974년 <스카이락> 제리 멀리건은 바리톤 색소폰 연주자 겸 밴드 리더입니다.
1952년 앨범 <제리 멀리건 - 쳇 베이커 쿼텟>은 쳇 베이커가 팀원으로 함께 한 4인조 작품입니다.
멀리건은 당대의 유명한 뮤지션들과 협연을 많이 하였습니다.
1957년 앨범 <제리 멀리건 - 폴 데스몬드 쿼텟>이 그중 하나입니다.
폴 데스몬드는 쿨 재즈를 대표하는 알토 색소폰 연주자입니다. 그의 명성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데이브 브루벡 그룹에서 활동하여 얻게 되지만 리더로서 발표한 앨범들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데이브 브루벡(1920~2012)
1954년 <Jazz Goes to College>, 1959년 <Time Out>, 1988년 <The Great Concerts> 쿨 재즈 중심에 있는 피아니스트가 데이브 브루벡입니다. 그는 1951년 알토 색소포니스트인 폴 데스몬드를 영입하여 데이브 브루벡 쿼텟을 만들었고 이 그룹은 195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합니다. 위에 예시한 세 앨범은 데이브 브루벡의 수많은 작품 중 일부이지만 의미가 남다릅니다.
1954년 앨범 <Jazz Goes to College>는 브루벡 쿼텟의 대학가 공연을 담고 있습니다.
1959년 앨범 <Time Out>은 쿨 재즈의 최고봉에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클래식적인 요소와 독특한 박자는 재즈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1988년 앨범 <The Great Concerts>는 1958년 덴마크 코펜하겐 실황, 1963년 뉴욕 카네기홀 공연 및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실황을 담은 작품입니다. 현장감과 멤버들의 연주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스탄 게츠(1927~1991)
1955년 <Stan Getz Plays>, 1958년 <Stan Getz and the Oscar Peterson Trio>, 1962년 <Focus> 비밥을 시작으로 쿨 재즈를 거쳐 라틴 재즈인 보사 노바를 시도함으로써 쿨 재즈 뮤지션들 중 더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스탄 게츠. 그는 테너 색소폰 계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아티스트입니다.
게츠의 대표 작품 한 장을 꼽는다면 아마도 쿨 재즈가 아닌 보사 노바 앨범일 것입니다.
1964년 <Getz/Gilberto>보사 노바를 대표하는 주앙 질베르투(보컬, 기타), 그의 부인 아스트루지 질베르투(보컬), 그리고 보사 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피아노) 등 브라질 뮤지션들과 스탄 게츠가 함께 한 퀸텟 작품입니다.
현재까지 보사 노바를 연주하는 뮤지션들은 꽤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즈 기타의 장인인 팻 메스니가 그렇고 보컬 및 피아노를 연주하는 다이아나 크롤이 그렇습니다.
스무드 재즈에 관하여
쿨 재즈 뮤지션으로 쳇 베이커를 언급하였습니다.
그럼 쳇 베이커를 생각나게 하는 트럼펫 주자 크리스 보티(1962~)는 쿨 재즈 뮤지션일까요?
스무드 재즈
팝과 R&B 등의 듣기 편한 음악과 즉흥성을 지양한 재즈 연주의 결과물
또한 1980년대 유행한 크로스오버 재즈와 같은 의미임
쿨 재즈는 1940년대 발전하여 1960년 말 재즈 퓨젼 이전의 기간에 유행
스무드 재즈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유행
2004년 <When I Fall in Love>, 2005년 <To Love Again: The Duets>, 2009년 <Chris Botti in Boston> 그의 연주에 쿨 재즈적인 느낌은 많습니다만 1980년대 이후 널리 알려진 크로스오버 재즈, 스무드 재즈, 팝 재즈, 혹은 통칭하여 재즈가 맞을 것 같군요. 그러나 보티 자신은 엄연히 재즈 뮤지션(jazz man)이라고 말합니다. 보티의 작품도 재즈와 친숙해질 수 있는 편안한 곡들입니다. 위의 앨범들을 참고하세요.
L: 2001년 <스무드 재즈 크리스마스>, M: 2017년 <20주년 기념 크리스마스>, R: 2집으로 골드 레코드 인증 또한 색소폰의 데이브 코즈(1963~)도 듣기 편한 스무드 재즈를 들려줍니다. 그의 <데이브 코즈와 친구들> 시리즈는 유명하고 특히 크리스마스 앨범은 꼭 들어보세요. 오른쪽 사진은 1993년 2집으로 미국내 50만장 판매 인증을 받은 베스트셀러입니다.
L: 1980년 <Winelight>, M: 1988년 <Then and Now>, R: 1989년 <Time Out of Mind> 스무드 재즈에서 빠질 수 없는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1943~1999)의 대표 앨범으로 <Winelight>가 있습니다. 1982년 그래미에서 최우수 재즈 퓨전 작품과 최우수 R&B 노래 부문을 수상하였고 미국음반협회로부터 더블 플래티넘(2백만장) 인증을 받았습니다.
L: 1976년 <Breezin'>, M: 1980년 <Give Me the Night>, R: 1987년 <Collaboration> 기타리스트이자 뛰어난 보컬리스트인 조지 벤슨도 멋진 스무드 재즈 앨범을 많이 발표하였습니다.
1976년 <Breezin'>으로 1977년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였고 미국음반협회 트리플 플래티넘(3백만장) 인증을 받았습니다. 벤슨은 재즈, 펑크, R&B, 소울 등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기에 스무드 재즈 뮤지션으로 한정짓기 어렵습니다. 동료 기타리스트 얼 클루와의 콜라보 앨범도 참조하세요.
스무드 재즈는 음악적으로 어떤 효능이 있을까요?
팝적인 사운드와 곡을 연주하기 때문에 귀에 익숙하다
R&B 음악과 재즈가 만나 감각적이고 세련돼 보인다
1970년대를 이끈 재즈 퓨전의 전자 사운드와 즉흥연주의 부담에서 벗어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지 리스닝이다
독서, 공부, 업무 등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적합하다
이밖에도 여러 이유로 스무드 재즈가 감상자에게 어필할 것입니다.
만일 님들이 스무드 재즈로 재즈에 입문하신다면 위의 연주자들과 앨범을 중심으로 재즈와 친해지시고 서서히 쿨 재즈를 찾아보시면 좀더 편하리라 봅니다.
다음은 모달 재즈로 이어집니다.
핫불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