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로 넘어 가면 비밥이 하드 밥으로 발전합니다.
비밥과 하드 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비밥(Bebop) 또는 밥(Bop)
1940년대 중반, 스윙의 주법을 혁신하여 만들어진 재즈 장르
12개의 반음을 이용하여 "끊임없는 변화무쌍한 코드를 전개"
솔로 악기 연주의 한계를 극복하게 되어 감상용 재즈로의 변화
하드 밥(Hard Bop)
1950년대 비밥에서 변형, 발전된 재즈 장르
R&B, 가스펠, 블루스 등의 영향을 받았으며 주로 색소폰과 피아노를 사용
들었을 때 "펑키"하거나 리듬감이 뛰어나며 어떤 때는 블루지하거나 "소울"적인 느낌이 있음
하드 밥은 펑키 하드 밥 혹은 소울 재즈 등의 용어와 혼용
밥에서 확장된 하드 밥은 밥을 기반으로 펑키한 리듬과 소울적인 느낌을 감상자에게 전달합니다.
밥에 비하여 더 강력하고 묵직한 연주(hard)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더 감각적이고 귀에 감기는 연주라고 보는게 나을 것 같군요.
하드 밥을 이끈 뮤지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트럼펫: 도날드 버드, 프레디 허버드, 블루 미첼, 리 모건, 클리포드 브라운
트롬본: 제이 제이 존슨, 커티스 풀러
색소폰(테너): 베니 골슨, 덱스터 고든, 조니 그리핀, 조 핸더슨, 행크 모블리, 소니 롤린즈, 소니 스티트, 존 콜트레인
색소폰(알토): 캐논볼 애덜리, 재키 맥클린, 루 도날드슨
피아노: 바비 티몬스, 소니 클락, 케니 드류, 버드 파웰, 호레이스 실버, 설로니우스 몽크, 조 자비눌, 허비 행콕
오르간: 지미 스미스
더블 베이스: 찰스 밍거스, 폴 챔버스
드럼: 아트 블레이키, 맥스 로치, 필리 조 존스
...
비밥을 연주하다가 하드 밥까지 포용한 뮤지션들이 대부분입니다. 1950년대 재즈를 이끈 위의 연주자들은 재즈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들입니다. 여기서 마일즈 데이비스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하드 밥 연주가 없지는 않지만 데이비스는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충만한 느낌의 하드 밥보다는 상반된 스타일인 쿨 재즈에 더 가깝습니다. 그는 또한 모드 주법 중심의 모달 재즈, 클래식이 가미된 오케스트랄 재즈 등을 시도함으로써 하드 밥 연주자들과 차별화 된 그만의 길을 가게 됩니다.
하드 밥이 1950년대에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블루 노트 레코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블루 노트(Blue Note)
1937년 독일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알프레드 라이언과 1939년 말 미국으로 이민 온 사진 작가 프랜시스 울프에 의해 1939년 설립된 재즈 음반사입니다.
친구이자 파트너인 라이언과 울프는 1947년 본격적으로 비밥 작품들을 기획하여 발표합니다.
이후 하드 밥 연주자들을 섭외하고 계약하여 1950년대 초반부터 하드 밥 앨범들을 내놓게 됩니다.
블루 노트는 1960년대 말까지 운영되었고 1969년 리버티 레코드에 인수됩니다. 현재는 워너 뮤직 그룹의 계열사입니다.
2002년 노라 존스의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이후 블루 노트의 작품 발표는 저조하였지만 2002년 한 장의 앨범은 블루 노트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됩니다.
바로 노라 존스의 <Come Away with Me> 입니다. 존스가 21세에 녹음 22세에 발표한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1천2백만장(프래티넘의 12배) 판매가 공인되었고 국내에서도 발매 후 1년 만에 약 7만장 이상 팔린 매우 인기있던 앨범입니다. 재즈 역사상 최단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자 재즈 앨범으로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현재 블루 노트는 소속 뮤지션들을 통해 꾸준한 작품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하드 밥을 대표하는 연주자로 드러머 겸 밴드 리더인 아트 블레이키가 있습니다.
1954년 아트 블레이키 라이브 앨범 <A Night at Birdland> 블레이키를 대표하는 라이브 명연이 <A Night at Birdland> 입니다. 퀸텟 편성으로 이 두 장 짜리 CD는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블레이키는 하드 밥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와 재즈 메신저스라는 밴드를 만듭니다. 실버는 이후 팀을 떠나 솔로 경력을 쌓게 되고 재즈 메신저스는 자연스럽게 블레이키가 이끌게 됩니다. 재즈 메신저스는 1955년부터 1990년까지 유지되었고 블레이키의 리더십과 당대 신인 뮤지션들의 참여를 통하여 명망있는 재즈 밴드로 롱런하였습니다.
L: 아트 블레이키 & 재즈 메신저스 <Moanin'>, R: 호레이스 실버 <Song for My Father> 아트 블레이키 & 재즈 메신저스의 작품은 <Moanin'> 포함 1960년대 전후 앨범들을 감상하시면 됩니다.
호레이스 실버는 펑키한 피아노로 유명한 하드 밥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재즈 메신저스에는 걸출한 밥 뮤지션들이 많았는데 트럼펫의 리 모건과 클리포드 브라운, 피아노의 바비 티몬즈, 색소폰의 루 도날드슨 등입니다.
리 모건, 클리포드 브라운, 바비 티몬즈, 루 도날드슨 더블 베이시스트 폴 챔버스는 1969년 33세에 사망하였으나 하드 밥을 대표하는 연주자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1957년 <Bass on Top>, 1958년 <Paul Chambers Quintet> 기타리스트 그랜트 그린의 펑키한 연주, 케니 버렐의 소울 충만한 핑거링도 주목할 만합니다.
1963년 케니 버렐 <Midnight Blue>, 1965년 그랜트 그린 <Idle Moments> 블루지하고 펑키한 사운드가 하드 밥의 특징이라고 했을 때 빠질 수 없는 오르간 연주자가 있습니다.
트롬본 주자인 제이 제이 존슨과 커티스 풀러는 트롬본 연주의 제약을 뛰어넘는 기량을 보여줍니다.
1954년 제이 제이 존슨 <The Eminent Jay Jay Johnson>, 1957년 커티스 풀러 <The Opener>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 중 단연 돋보이는 피아니스트 두 명이 있습니다.
1917~1982: 괴짜이자 천재 피아니스트 설로니우스 몽크
1924~1966: 41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비밥과 하드 밥을 이끈 또다른 천재 버드 파웰
또한 두 명의 테너 색소폰 연주자들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1926~1967: 비밥과 하드 밥을 거쳐 모달, 프리, 아방가르드 재즈를 이끈 구도자 존 콜트레인
1930~현재: 현존하는 테너 색소폰의 거상, 소니 롤린즈
L: 몽크와 트레인의 카네기 홀 실황, M: 버드 앨범, R: 소니 롤린즈 앨범 1950년대 주요 사건들을 통해 하드 밥이 형성되는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찰스 밍거스: 비밥, 가스펠, 블루스 기반의 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해 웍샵 개최
소니 롤린즈: 마일즈 데이비스, 설로니우스 몽크, 맥스 로치, 클리포드 브라운과 "바삭하고 톡 쏘는" 비밥을 연주
아트 블레이키: 블루지하고 가스펠적인 피아노 스타일의 호레이스 실버와 "재즈 메신저스" 결성
호레이스 실버: 펑키하고 소울적인 사운드를 비밥에 계속 접목
마일즈 데이비스: 멤버들인 존 콜트레인(ts), 폴 챔버스(b), 레드 갈란드(p)와의 연주
대부분 흑인이었던 뮤지션들이 보여주는 스타일(보컬 톤, 화끈한 비브라토, 빠른 앙상블, 초기 재즈와 교회에서 보이는 강력한 리듬) 그리고 "쿨 재즈"와 다른 모습
블루스, 가스펠, 소울, R&B에 영향을 받은 "소울 재즈"의 등장과 지미 스미스의 하몬드 오르간 연주
"소울 재즈"의 흐름과 더불어 R&B와 흑인 교회 음악에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의 연주: 줄리안 캐논볼 애덜리, 호레이스 실버, 바비 티몬즈, 조 자비눌 등
허비 행콕, 리 모건 등의 1960년대 초 활동
R&B, 블루스, 가스펠에 영향을 받아 비밥이 더 발전된 하드 밥.
위에 언급한 뮤지션들과 50년대 중반 이후의 사건을 기억하시면서 작품을 듣다보면 비밥과 하드 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1950년대 중반 이후 블루 노트에서 출시한 앨범들을 중점적으로 보시면 감상에 도움이 됩니다.
소울 재즈는 블루스, 가스펠, 소울, R&B, 그리고 하드 밥의 영향을 받은 재즈입니다.
펑키 재즈라고도 하며 해먼드 오르간 중심의 연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자 기타, 리듬 악기, 혼 악기 등의 편성으로 변화를 줍니다.
소울 재즈의 느낌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지미 스미스의 오르간 연주만한 것이 없습니다.
버브 컴필레이션, 1961년 <Midnight Special>, 1962년 <Bashin': The Unpredictable Jimmy Smith> 소울 재즈를 대표하는 연주자들 중 몇 명을 열거합니다.
오르간: 지미 스미스
색소폰: 캐논볼 애덜리,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스탠리 터랜틴
트럼펫: 냇 애덜리, 리 모건, 도날드 버드
기타: 조지 벤슨, 웨스 몽고메리, 그랜트 그린
보컬: 니나 시몬
피아노: 호레이스 실버, 허비 행콕
키보드: 조지 듀크, 조 자비눌
이들은 하드 밥을 연주하기도 하였고 이후 재즈 퓨전을 선도하거나 대중적인 재즈(스무드 재즈, 컨템포러리 재즈)를 선뵈기도 합니다.
1950년대 후반 소울 재즈의 발전에 기여한 에덜리 형제입니다.
소울 재즈의 대표적인 형제 연주자: 캐논볼 애덜리와 냇 애덜리 기타리스트 웨스 몽고메리도 뛰어난 소울 재즈 연주자입니다.
L: 웨스 몽고메리의 하드 밥과 소울 재즈 주요작, M&R: 윈튼 켈리 트리와와의 협연 <Smokin' at the Half Note> 몽고메리는 재즈 기타 계보의 중심에 있는 인물입니다. 엄지로 튕기는 독특한 주법으로 둥글둥글하고 펑키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또한 1960년대 초반 버브 레코드와 계약 이후 팝적인 작품을 많이 발표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비밥을 토대로 발전한 하드 밥, 그리고 하드 밥에서 다시 발전한 소울 재즈(펑키 재즈)를 알아봤습니다. 스윙과 달리 연주자 중심의 테크닉을 바탕으로 예술적 영역으로 진화하는 장르다보니 뛰어난 작품들과 대표 뮤지션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우선 이 글에 언급한 연주자들과 몇몇 앨범들을 참고하시어 감상을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이후 소울 재즈를 감상 목록에 추가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다음 편은 1940년대의 비밥과 더불어 발전한 쿨 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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