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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불도그 Apr 02. 2024

킹 크림슨 4집

섬들

1970년 12월 3집 <Lizard>를 발표한 킹 크림슨은 1971년 하반기 앨범 작업에 착수하여 연말 4집을 선뵙니다.


1971: Islands

Islands (좌: 전면, 후: 후면)

이 앨범은 몇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Islands
킹 크림슨 초기 4부작의 마지막 작품
킹 크림슨 1기 멤버들의 마지막 작품
가사를 전담한 피터 신필드의 마지작 참여
3집 앨범 <리자드>의 연장선

즉 4집은 킹 크림슨 1기 멤버의 마지막 작품이자 초기 4부작의 마지막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앨범 커버에 실린 천체 사진(궁수자리 트리피드 성운: 적갈색, 파란색, 두 색의 경계로 구분된 밝고 특이한 형태)은 작품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무관함은 개인적으로 이 성운을 섬으로 치환하여 연상하는 습관을 갖게끔 합니다.


사실 앨범명에 부합한 사진이 따로 있습니다.

피터 신필드가 그린 페인팅이 미국과 캐나다 판의 표지로 사용되었고, 트리피드 성운이 앨범 커버인 경우 LP 케이스 혹은 커버 안에 이 그림이 사용되었습니다.


수록곡은 총 6곡이며 프립과 신필드가 공동 작곡했습니다. 이 중 두 곡을 소개합니다.

트랙 2: Sailor's Tale

심벌, 드럼, 베이스의 리듬 섹션이 도입부를 제시하고 기타가 주요 코드를 만드어 나가며 색소폰이 이에 대응합니다. 방향성 없는 듯한 즉흥적인 연주가 단계별로 상승 고조되며 진행되는 데 이는 트리피트 성운(3분의 1 성운)의 세 부분을 구석구석 따로 또는 같이 겉잡을 수 없이 휘젓다가 급기야 성운이 폭발하는 느낌입니다. 연주곡인 이 작품의 항해자는 누구이며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트랙 6: Islands

12분에 근접한 타이틀 곡이자 대곡으로 다른 수록곡 대비 평화롭고 덜 혼돈스러운 섬을 연상케 합니다. 보즈 버렐의 급작스런 보컬 도입은 전혀 당황스럽지 않으며,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키스 퍼렛의 피아노와 멜 콜린스의 베이스 플루트가 만들어 갑니다. 연인과 나, 섬과 나를 제시하면서 화자는 섬과 주변의 풍경을 관조합니다. 그나마 피터 신필드의 이전 가사들이 갖는 난해함은 많이 완화되었고 시적이기까지 합니다. 중반부부터는 게스트 뮤지션 마크 차릭의 코르넷 솔로가 곡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며 여기에 프립의 멜로트론은 물론 피아노, 오보에, 더블 베이스, 현악 파트가 참여하여 코르넷 솔로를 지지합니다. 그 결과 섬을 구성하는 해안가, 하늘, 파도, 모래, 갈매기, 제비꽃, 고양이, 올빼미, 거미줄 등의 소재가 공감각적으로 떠오르면서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어쩌면 "Sailor's Tale(해자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Islands(섬들)"의 화자일 수도 있겠군요. 또한 "Sailor's Tale"에서 보여주는 방향성을 상실한 연주는 "Islands"에 이르러서야 소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섬에 똬리를 틀고 서로 이어지면서. 누구도 찾을 수 없는 망망대해 몇 개의 작은 섬들이 되어서.


1969~1971년 사이에 킹 크림슨은 4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프로그레시브 록 최고의 밴드로 자리매김합니다. 아래에 앨범별 사진과 수록곡이 있습니다.

킹 크림슨 1기 작품들

아래 두 장 짜리 LP는 박스 세트에 있는 <An Alternative Guide to King Crimson (1969-72)>이며 킹 크림슨 1기의 주요 곡들을 수록한 컴필레이션입니다. 얼터너티브 녹음, 리믹스, 편성의 변화 등을 통하여 듣는 맛이 다릅니다.

An Alternative Guide to King Crimson (1969-72)

1971년 12월 4집 <Islands> 발매 후 킹 크림슨은 1972년 투어 공연에 오릅니다. 공연 이후 로버트 프립은 2기 멤버를 구성하여 그 유명한 3부작을 구상하게 됩니다.

5집으로 이어집니다.

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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